하루키 22년 6월 스가 시카오 진행 J-Wave 라디오 인터뷰
지난 6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인 스가씨가 진행하고 있는 J-Wave 라디오 방송에 하루키가 등장했습니다. 일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들을 초대해 드라이브하면서 듣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와 게스트가 추천하는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벤츠가 후원을 해서 'Mercedes-Benz THE EXPERIENCE' 라는 부제가 달려있네요. 하루키가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학창 시절을 시작으로 하와이 체류 시절을 지나 인생을 전반을 함께 한 음악과 소설을 쓰는 즐거움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 했답니다. 시작합니다! :D
스가: 학창 시절 무라카미씨의 <양을 쫓는 모험>을 읽은 후 무라카미 월드에 푹 빠져 버렸죠. 그리고 제가 음악을 시작하고 데뷔 앨범 <Clover>를 잡지사의 편집자를 통해 무라카미씨에게 전달해 드렸고, 무라카미씨가 앨범을 들으시고는 "꽤나 흥미로웠다." 라는 팩스를 보내주셨었어요. 그로부터 10년 정도 지난 후, 저와 무라카미씨가 함께 알고 있는 지인을 통해 하와이에서 만나 식사도 하고 제 콘서트에도 와주시고 했죠. 솔로로 독립한 후 첫 앨범 <The Last>의 라이너 노트도 써주셨고요.
오늘은 먼저 '비치 보이스' 얘기 부터 해보겠습니다. 언젠가 무라카미씨께서 레코드 라이브러리를 보여주셨을 때, 카세트 테이프로 비치보이스 콜렉션이 있었고, 굉장히 비치보이스 콜렉션이 잘 정비되어 있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저의 경우엔 비치보이스는 전혀 듣지 않았었어요. 뭐랄까요. 듣고 싶은 마음이 들지를 않았다고 할까요.
하루키: 그건 역시 1960년대에 10대를 보내지 않았으면 모르는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스가: 비치 보이스의 최고 전성기가 60년대인가요?
하루키: 60년 중반 부터 후반이죠.
스가: 그럼 비틀즈와 같은 시대인거죠?
하루키: 비틀즈 보다 비치 보이스가 조금 전 이죠. 그러니까 저는 먼저 비치 보이스를 듣고 그 이후에 비틀즈가 나온거죠. 제가 10대였을 때는 락 음악이라는 것은 미국 밖에 없었고, 영국의 락음악은 비주류이고 2류 취급을 받았었죠. 그래서 비치 보이스가 한창 인기 몰이를 하고 있을 때, 영국에서 비틀즈가 "영국에도 락 음악이 있다!"라는 느낌으로 나타난거죠.
스가: 맞아요. 그런 느낌이었죠. 비치 보이스를 얘기할 때는, 대체로 브라이언 윌슨 얘기를 먼저 하게 되죠. 비치 보이스는 브라이언 윌슨 중심의 밴드이죠.
하루키: 그렇습니다. 비틀즈는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트윈 터보 같은 느낌이지만, 비치 보이스는 브라이언 혼자에요. 매우 외로운 작업이었을 거고, 멤버 모두가 그를 잘 이해하지 못했죠.
스가: 브라이언의 머리 속에서만 울리는 영감을 모두가 이해할 수 없었겠죠.
하루키: 서프 뮤직을 하고 있었던 초기에는 멤버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였죠. 그러다가 브라이언의 재능이 돌출 되어 표출되기 시작해요. 그렇게 되면 멤버 모두가 따라가지 못하게 될 수 밖에 없죠.
스가: 그렇게 비치 보이스의 전반기의 음악은 온화한 서프 뮤직이었던 거죠.
하루키: 전기와 후기는 정확히 <Pet Sounds> 앨범으로 나뉘게 돼요. 전기 음악은 뭐랄까 음악의 구조가 굉장히 제대로 되어있어요. 브라이언이 만들 곡들인데, 그 구조대로만 하면 히트곡이 나오는 셈이었던 거죠.
* <Pet Sounds> 앨범 수록 곡 ⟪God Only Knows⟫ 플레이
이 곡은 굉장히 어려운 곡이에요. 멜로디도 이상하고 코드 진행도 이상하죠. 이런 음악은 아무나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 들은 것은 16살 정도였는데, 처음 듣고는 '어떤 부분이 좋은 걸까'라고 의아해했었죠. 그런데 점점 조금조금씩 5년, 10년, 15년이 지나면서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죠. 그런데 재밌는 얘기지만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들었을 때는 단 번에 굉장하다고 생각했었죠. (웃음) 그런데 <Pet Sounds> 앨범은 그렇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런 음악도 인생에 있어서는 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스가: 무라카미씨의 원작을 영화화 한 <하나레이 베이> 정말 좋았답니다. 하와이의 카우이섬의 자연과 경치가 일상 속에 꽤나 잘 표현 되었죠. 이야기의 배경인 카우아이 섬에 실제로 와 보셨는지요?
하루키: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80년대 초반 카우아이섬에 갔다가 반해 버렸죠. 그 무렵은 정말 소박하고 아무것도 없었죠. 이곳에서 살고 싶어서 작은 콘도 미니엄을 사서 지냈어요. 즐길거리가 거의 없었지만 너무 좋은 곳이었어요. 유일한 오락거리는 일몰을 보러 가는 것이었죠.
스가: 좋네요.
하루키: 굉장히 아름다운 일몰이에요. 섬에 있는 하나레이 베이에 가서 석양을 보고 있노라면, 동네 주민들이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들으며 석양이 지기까지 가만히 기다리죠.
스가: 그곳이 바로 낙원이네요. 하지만, 계속 살지는 못하고 계속 일본을 왔다갔다 하신거죠.
하루키: 카우아이섬에서 <해변의 카프카>를 썼어요. 카우아이섬의 노스 쇼어에서 파도를 보면서 <해변의 카프카>의 무대가 되는 다카마쓰를 생각하며, 이런 곳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썼죠. (웃음)
스가: 의외로 소설을 쓰고 있을 때, 그 이야기의 장소에 있을 경우도 많으시죠.
하루키: 맞아요. 그런데 <해변의 카프카>를 카우아이 섬에서 모두 끝내버려서, 다카마쓰를 전부 상상으로만 썼죠. 그런데 쓰고 나서 실제와 많이 다르면 곤란하니까 카프카 소년 처럼 버스를 타고 다카마쓰까지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 갔답니다. 가보니 제가 소설에서 묘사한 그대로 더군요.
스가: 거짓말! (웃음)
하루키: 아니에요. 정말인걸요. 싱크로니시티랄까요. '이런 바닷가가 있고, 여기에 섬이 있고,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라고 쓰면 실제로도 그런거죠.
스가: <노르웨이의 숲>도 그렇죠. 교토의 산 깊은 곳의 요양소가 나오고, 그 모습을 제대로 묘사하시고 계시지만,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쓰신 것 처럼요.
하루키: 그렇네요. 그런데 상상으로 쓰는 편이, 더 리얼하게 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오히려 도중에 실제로 확인한다거나 하면 더 쓰기 어려워져요.
스가: 상상으로 쓰는 것이 더 리얼하게 쓸 수 있다고 하시는 것이 전혀 납득이 안되고 믿을 수 도 없긴 한데요 (웃음)
하루키: 그래서 저는 여행을 해도 사진은 찍지 않아요.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게 되면, 그것에 의존해 버리게 되죠. 저는 그 기억을 제 안에 간직하는 편이 좋답니다.
스가: 무라카미씨는 자신이 쓴 작품을 읽지 않는다라고 알고 있는데요. 다시 읽으면 문장을 고치고 싶어지기 때문일까요?
하루키: 아니오, 뭔가 제 글을 읽으면 부끄러워지네요.
스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가요? (웃음)
하루키: 제가 쓴 소설을 다시 읽으면 '이 부분은 잘못 쓴 것 같은데.' 라든가 '다른 식으로 썼어야 했는데'라는 자기 비판이 나오기도 해서 안 읽게 돼요. 제가 이렇게 말해도 사람들은 좀 처럼 믿어주지 않지만요.
스가: 다시 읽지 않는다고 하시면, 무엇을 썼는지 점점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루키: 네, 아무래도 점점 기억력이 안좋아지니까, 가끔은 같은 내용을 써 버리기도 하네요. (웃음)
스가: 아 정말요? 전혀 쓴 기억은 없지만, 머리 속에는 그런 소스가 남아 있으니까 이야기로 다시 나와버리게 되는군요.
하루키: 그래서 누군가가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쓴 적이 있으세요."라고 가르쳐 주죠. 그리고 때때로 라디오에서 제 소설 속 문장을 낭독하는 걸 들으면서 '이 문장은 별로인데. 누구의 문장일까.'라고 생각하면, 낭독자가 낭독을 끝내고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00 소설 이었습니다."라고 해버리죠. 스스로 부끄러워지게 되는거죠. (웃음)
스가: 아하하 (웃음)
하루키: 그런식으로 듣게 되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역시 힘드네요.
* <해변의 카프카>에 등장하는 프린스의 ⟪Little Red Corvette⟫를 플레이
스가: 프린스의 ⟪Little Red Corvette⟫를 듣고 왔습니다.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에 이 음악이 나왔었나요? 완전히 잊고 있었네요. 생각해보니 기억이 살아나는 것 같네요. 사실은 ⟪Raspberry Beret⟫을 더 좋아하지만요.
스가: 저도 그렇습니다만 (웃음)
하루키: 그래도 15세의 주인공이 듣기에는 ⟪Little Red Corvette⟫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스가: 무라카미씨는 평소 J-POP은 듣지 않으시죠?
하루키: 그렇네요. 전 기본적으로 아침에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고, 운전 할 때는 팝이나 락을 듣고, 밤에는 재즈를 듣고 하루를 마무리 하곤 해요.
스가: 달릴때는요?
하루키: 팝이나 락이네요. 그렇게 J-POP은 거의 듣지 않고, 가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거나 하는 정도이지만, 뭐랄까요 약간 지루하다고 할까요.
스가: 귀가 아파요. (웃음)
하루키: 그래도 J-POP 중에도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고 좋아하는 노래도 있고요. 일반화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하자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J-POP을 듣고 있으면, 가사는 듣는 사람을 자극하는 '엣지エッジ'가 없고, 멜로디도 진부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드라이브랄까 그루브가 없죠.
스가: 모든 음악이 그런 것은 아니겠죠?
하루키: 거기에다가 어떤 메세지가 의도적으로 담기게 되어버리면 최악이 되는거에요.
스가: 아하하 (웃음)
하루키: 이런 말을 해도 되는걸까요 (웃음) 전혀 영향력이 없는 한 사람의 의견일 뿐입니다. (웃음)
스가: 하지만, 확실히 어떤 부분을 얘기하시는 건지 알 수 있네요.
하루키: 지금 제 앞에 계시니까 칭찬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스가씨의 곡은 가사에 엣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스가: 천만 다행이네요.
하루키: ⟪バクダン・ジュース 바쿠단 쥬스⟫ 좋지요.
스가: 감사합니다. 가사만 엣지있는 음악을 하고 싶진 않네요. 저의 경우 10대 때 부터 팝을 들었지만 가사는 거의 읽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키: 소리로만 듣겠지요.
스가: 그런데 무라카미씨는 팝 음악도 제대로 가사까지 들으시죠?
하루키: 전 어쨌든, 외국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기억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서 옛날 음악의 가사는 전부 음으로 암기하고 있어요. 의미는 몰라도 말이죠. 그렇게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번역까지 하게 된 것이죠. 그러니까 영어의 가사를 기억하는 것은 저의 영어 체험의 원점인 거죠. 그래서 영어의 가사는 중요해요.
스가: 요즘 쓰고 계신 장편 소설은 있으신가요?
하루키: 저는 제 작업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는 일절 얘기하지 않는 주의랍니다. 일종의 기업 비밀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스가: 네, 게다가 출판사도 정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을 하시고요.
하루키: 네 맞아요. 다 쓰고 나서 어떤 출판사로 가져갈지에 대해 생각하죠. 저는 마감일이라는 것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싫어요. 그런 작업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답니다.
스가: 저는 언제나 마감에 쫓겨 끔찍하답니다.
하루키: 아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웃음)
스가: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단편집은 장편 소설을 위한 준비 운동이라고 할까, 무라카미씨 안에서 잡히는 뭔가를 쓰기 시작하는거죠. 단편은 그런 느낌으로 쓰기 시작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단편 소설은 제 안의 생각의 여러 부분들을 하나 하나 사용하면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는 동안에 좀 더 종합적인 이야기로 쓰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이 나타나게 되죠. 장편 소설을 쓰는 작업은 정말 즐겁습니다. 저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자꾸자꾸 써 내려가는 타입이니까, 이 다음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는 그런 매일 매일의 즐거움으로 일을 해 나가요. 단편은 1주일 만에도 끝나 버리는데, 장편이라면 1년, 2년 정도를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설레임으로 일 할 수 있는거죠.
스가: 그럼 이야기의 결말이라던가 거의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진행한다는 얘기시군요.
하루키: 네 아무것도 정하지 않아요. <해변의 카프카>를 예를 들면,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군이 버스를 타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버스에 태우려고 했죠. 버스를 타기만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스가: 그렇게되면 더 손 쓸 수 없게 되겠죠? (웃음)
하루키: 그리고는 마음이 가는대로 술술 스토리가 진행되어 나갑니다.
스가: 그렇게나 긴 이야기를 말이죠? 믿기지 않네요. (웃음) 아무쪼록 앞으로도 많은 장편을 써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와 음악 너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