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단편 영화화 <드라이브 마이카> 칸느 각본상 수상
2013년 장편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발표된 이듬해 4월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타이틀로 단편집이 발표되었는데요. 첫번째 이야기로 수록된 <드라이브 마이카>가 영화화 되었고, 올 칸느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입니다.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는 있었지만, 각본상은 <드라이브 마이카>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영화의 각본과 연출은 <아사코>로 대중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입니다.
원작인 <드라이브 마이카>는 TV 보다는 연극 무대에서 조금 더 알려진 배우인 남자 주인공 가후쿠가 녹내장 진단과 접촉 사고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자, 20대 중반 여자인 미사키를 전속 드라이버로 소개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짧은 단편인지라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지지는 않고, 같은 배우 생활을 했고 지금은 죽은 가후쿠의 아내의 내연남 중 한 명을 만나 과거의 얘기를 나누며 가후쿠 본인의 현재 상황과 아내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남자 주인공 내면의 고뇌를 담고 있답니다. 이런 짧은 스토리를 가지고 어떻게 영화의 깊은 스토리로 풀어 냈을지 궁금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일본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하루키의 원작을 각본화 하면서 원작의 흐름을 해치지 않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원작으로 되돌아가 반복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또한 <드라이브 마이카>에 등장하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도 여러번 읽을 만큼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영화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것 같습니다.
소설 원작의 영화화를 위해 하루키에게 메일로 정식 요청을 하였고, 원작의 이야기에서 확대된(확대 될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를 통해 어떤 해석과 의미를 추가로 부여했는지 등에 대해 감독 본인의 의견도 함께 첨부했다고 하네요.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자체 시사회를 하면서 하루키를 초대하려고 했지만, 영화가 개봉하면 가까운 극장에 가서 보겠다는 답변이 왔다고 합니다. 하루키 답네요 😄
사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한국 영화계와도 인연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작품 <심도>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지원작으로 제작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최근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부터 깊은 영감을 받아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화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다시하게 만들었다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이번 작품 <드라이브 마이카>도 원래는 부산 로케이션을 추진했었는데, 펜데믹 상황으로 일본 히로시마로 변경되어 촬영 했다고 하네요.
<드라이브 마이카>의 러닝타임 무려 179분 입니다. 3시간에서 1분이 모자란 시간인데요.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길었던 러닝타임이 놀란 감독의 <테넷>이었는데. 이 보다 29분이 기네요. 감독은 공식 홈페이지의 인사말을 통해 원작자인 하루키에 대한 감사의 코멘트와 함께 이 3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이라 자신하고 있네요. :D
이 자리를 빌어 훌륭한 소설의 영화화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무라카미 하루키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흥미있는 소설을 최고의 형태로 영화화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촬영 내내 모든 배우와 스탭 여러분들과의 작업을 통해 여러번 기적과 같은 감동의 순간을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실감은 분명 관객 여러분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3시간은 금방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몇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함께 즐겨 주신다면 감독으로서 이보다 기쁜 것은 없을 겁니다. 영화를 보시기 전에 꼭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