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15년 5월 교도 통신 인터뷰(1) - 현 시대를 말하다

finding-haruki.com 2015. 5. 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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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루키 인터뷰 포스팅입니다. 얼마전 하루키가 3개월 동안의 온라인을 통한 독자와의 대화를 마무리 짓고 교도 통신과 가진 인터뷰인데요.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이제 됐다라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한다는 말이 기사화되기도 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크게 두 편으로 나위어져있는데요. 현 시대에 대한 고민이 그 첫번째이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두번째 파트 입니다. 원문과 같이 두 편으로 나뉘어 포스팅할 텐데요.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 20년을 맞이한 소회를 시작으로 원전 문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등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강한 메세지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던지고 있는 하루키의 또 다른 인터뷰를 보시겠습니다.

 

 

Photograph: Murdo Macleod

 

 


교도통신: 독자들의 질문을 메일로 받으시고, 직접 답장을 보내시는 사이트로 엄청난 수의 질문이 접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하루키: 많아 봤자, 1만개 정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의 4배가 넘는 수의 질문이 들어왔어요. 어디서든 질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영향이지 않을까요.


교도통신: 질문을 전부 읽고 답장하셨다고요.

 

하루키: 얼마전 진구구장에 다녀왔어요. 관중석에 앉아 이 구장을 가득 메운 사람 수 보다 더 많은 메일이 왔구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답니다. 힘들었지만 했습니다. 제가 상담소를 하면서 계속 떠올렸던 이미지는 아테네의 아고라입니다. 모두가 한 곳에 모여 손을 들고 자유롭게 발언하는 거에요.  


교도통신: 여행기를 쓰려면 목적을 가지고 메모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조언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하루키: 질문을 읽고 나면, 평소 생각했던 바에 대해서 꽤 솔직하게 답변했어요. 제 스스로의 작가적인 기록으로 본다면 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저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도통신: 독자의 질문 중에도 나왔지만, 옴진리교 신자들이 일으킨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 사건이 발생한지 올 해 딱 20년이 됩니다. 무라카미씨는 사건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책 <언더그라운드>를 출간하기도 하셨죠.


하루키: TV에서 20주년 방송을 하더군요. 인터뷰를 하고 책으로 엮고, 재판을 방청하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저 스스로 관여해 온 일이라 방송을 보기 시작했죠. 그런데 점점 마음이 무거워져서 계속 보지는 못했습니다.


교도통신: <언더그라운드> 속편 격인, <약속된 장소에서>는 이전 옴진리교 신자들과의 인터뷰도 하셨는데요.  


하루키: 당시 사린 테러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됐어요. 또 한 편으로는 많은 사형 판결이 내려졌죠. 죽음이 양쪽 모두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도통신: 당시 실제로 사건을 취재하시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옴진리교 신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그들 대다수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실제로 믿고 있었어요. 그들이 10대였을 때, 노스트라다무스 관련된 책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TV를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앞다퉈 다뤘죠. 사람들은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그 예언으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옴진리교 교주의) 숟가락 구부리기를 비롯한 초능력 신앙 같은 것에 속수무책으로 세뇌되어 갔던 겁니다.


교도통신: 사린 사건은 10대 였던 그들이 성인이 되어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을 접한지 20년이 흘렀을 무렵 발생한거네요.


하루키: 그런 배경을 가진 시대에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나타나 초능력 같은 것을 보여주니까 덜컥 빠져버린거죠. 인간의 마음을 클로즈드 서킷(폐쇄회로)로 끌어들인 후에 밖으로 다시 나가지 못하게 하는거죠. 그리고는 정신적인 판단력, 저항력을 잃게 만든 후 사린 가스를 살포하도록 사주한 거에요. 아사하라 쇼코가 옴진리교 신자들에게 전달한 이야기는 말하자면, '나쁜 이야기'에요. 우리 작가들은 이에 대항하는 힘을 가진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더그라운드> 이후 저는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교도통신: 무라카미씨가 말하는 이야기란 개방된 회로 속에서 재생의 힘을 주어야 하겠군요.


하루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으면, 다들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거창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이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이야기죠. 그런 이야기들이 모이면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옴진리교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제 본인이 경험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디선가 빌려온 듯한 그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교도통신: 그 사건과 <언더그라운드> 출간 이후 무라카미씨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하루키: 사람에 대한 자연스러운 신뢰감 같은 것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지하철을 타도 그냥 사람이 많구나 했는데, 지금은 그들 모두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독자들과 메일을 주고 받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공을 들여서 정직하고 솔직하게 답변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답장을 썼답니다. 


교도통신: 미국과 유럽에서 처음 소개된 무라카미씨의 장편은 <양을 쫓는 모험>이었는데요. 그해에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일본의 연호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어진 변화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키: 1960년대에 제작된 <알제리 전투>라는 영화를 얼마전에 오랜만에 다시 봤어요. 이 영화에서 식민지 종주국인 프랑스는 '악'으로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알제리 사람들은 '선'으로 묘사되는데요. 우리는 이 영화에 갈채를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이 60년대 영화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시 보면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테러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에요. 이 사실을 깨달으면 매우 복잡한 심정이 빠지게 됩니다. 1960년대 반식민지 전투는 '선'이었어요.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선과 악이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리는 시대입니다. 선과 악이 불분명하죠. 지금 시대에 <알제리 전투>와 같은 영화를 다시 보면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교도통신: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어", "선악이란 정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가는 것이지". <1Q84>는 이와 같이 선악을 둘러싼 대화가 나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악의 세계가 그려져있는 것이 무라카미씨 소설의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루키: 현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국경선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테러리즘이라는 국경을 초월한 일종의 '종합 생명체'같은 것이 생겨버렸죠. 이것은 서구적인 논리 혹은 전략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에요. '테러 국가'를 척결하자며 힘을 모아 없애보려고 해봤자, 테러리스트가 계속 확산될 뿐이죠. 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었습니다만, 당시 미국 언론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빈약한 논조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군요. '미국의 정의'에 대한 위태로움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할까요.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들의 논리 구조의 소멸, 확산, 멜트 다운이라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밖에 안 보입니다. 이건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을 때 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교도통신: 무라카미씨가 얘기하신 작금의 세계에서 무라카미씨의 작품이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하루키: 어떤 의미에서 제 소설은 '논리의 확산'이라는 현상과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을 쓸 때 의식 세계 보다는 무의식 세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의식 세계는 논리의 세계죠. 제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논리의 지하에 있는 세계에요.

 

교도통신: 그런 작품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하루키: 논리라는 틀을 없애버리면 무엇인 선이고 악인지 규정할 수 없게 되죠. 선악이 고정된 가치관에서 보자면야 그런 상태는 위험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악을 간단히 규정할 수 없는 세계를 뛰어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자신 속의 무의식에 있는 나침반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거죠.


교도통신: 무라카미씨의 작품을 읽으면, 항상 말씀하신 어둠과 같은 세계에서 항상 열린 세계로 빠져나옵니다. 그런 '바람직한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은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요?


하루키: 몸을 단련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너무 늦게까지 술을 먹지 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거에요. 이 방법이 의외로 효과가 있답니다. 다시 말해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겁니다. 매우 단순하지요.


교도통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에는 중국에서 천안문 사건도 일어났죠.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난 해 가을 베를린에서 열린 벨트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는, 이 세상의 민족, 종교, 불관용이라는 많은 벽이 있다고 하시면서 그 벽과 싸우고 있는 홍콩의 청년들에게 보낸 격려의 메세지가 화제를 낳았습니다.


하루키: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에 젊은 세대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위의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벽을 무너뜨리면서 규범을 갖춘 세계를 만들어가는거죠. 어려운 일이지만, 천천히 해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도통신: 무라카미씨의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주인공들이 모이는 제이스바의 바텐더는 중국인인데요. 첫 단편집의 제목은 <중국행 슬로보트>였고요.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는 재일한국인으로 등장하는 뮤라는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라카미씨 만큼 동아시아의 관계에 대해서 염두하면서 소설을 집필하는 일본 작가는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최근 동아시아의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하루키: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매우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장으로서도 매우 거대하고 양질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대립해봤자 좋을 것도 하나 없다고 생각해요.


교도통신: 동아시아 역사 인식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지금 동아시아에는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일본이 경제 대국이고, 중국과 한국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는 그러한 경제적인 관계 속에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있었죠.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국력이 올라가면서 그 구조가 무너졌고, 그 동안 봉인되어 왔던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진 일본은 자신감을 상실하면서, 지금의 동아시아 국가간에 진행되고 있는 이전과는 달라진 전개를 좀 처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거에요.


교도통신: 일, 중, 한 균형 기반이 새롭게 마련될 때 까지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하루키: 진정이 되기까지는 꽤 많은 혼란이 있겠죠. 중국 경제가 지금 처럼 계속 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군사력 균형이 어떻게 안정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역사 인식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고,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국이 "속이 시원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사죄했으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 됐습니다."라고 말할 때 까지 사죄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세세한 사실이야 어떻든 간에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는 큰 틀은 사실이잖아요.


교도통신: 2011년 카탈로니아 국제상 수상 연설에서는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원폭의 참상을 겪은 일본인들은 핵에 대해 No를 말해야 한다고 하셨죠. 최근 원전 재가동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하루키: 15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피난 생활을 강요 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살던 땅을 갑자기 떠나게 되는 것은 인간의 혼이 부분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15만명이나 생겼다는 것은 국가의 근간과 관련된 일이 아닌가요? 경제 효율성이 좋고 나쁘고의 측면으로만 접근해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그건 것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국가 차원의 구조적인 위험을 안은 채 원전을 재가동 하는 것은 국가 윤리 측면에서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도통신: 무라카미씨는 이미 1997년 에세이에서도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셨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등장하는 발전소도 풍력 발전소이고요.


하루키: 지진도 화산도 없는 독일에서 원전을 철폐하자는 결정이 내려졌어요. 위험하다는 이유로요. 독일 사람들은 아무도 원전이 효율적이며 이점이 많을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교도통신: 독자와의 교류 사이트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핵 발전소'라고 부르자고 제안하셨죠?


하루키: 뉴클리어 플랜드(Nucear Plant)는 의미로 봐도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핵 발전소'에요. 뉴클리어는 핵이니까요. 원자력은 아토믹 파워(Atomic Power)에요. 핵이 핵폭탄을 연상시키고, 원자력이 평화적인 이용을 연상 시키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라고 바꿔 말하고 있는거죠. 앞으로는 확실하게 '핵 발전소'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하는 것이 저의 제안입니다.


*마지막 핵발전소로 명칭을 바꾸어 부르자는 말은, 이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핵발전소 설립 시기와 인기 만화 철완 아톰이 등장한 시기가 일치한다는 그의 정확한 지적이 생각납니다. 하루키의 작품 외적인 국가와 세계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그 고민들이 고스란히 다음 장편으로 투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몇 번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D) 교도 통신 인터뷰 2편은 하루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곧 다음 포스팅으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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