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94년 미국 문예 계간지 Bomb 인터뷰(1)
최근 하루키 인터뷰 포스팅들은 모두 따끈따끈한 올해의 인터뷰였는데요. 모두 하루키가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비판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올 겨울 일본인들의 의식에 대한 새로운 장편을 시작할 것이라는 반가운 얘기도 있었고요. 새로운 장편에 들어가는 하루키를 응원하면서, 이번에 소개할 인터뷰는 문예 계간지 Bomb에 소개된 94년 인터뷰입니다. Bomb는 미국 뉴욕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티브한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다루는 1981년 창간된 계간지입니다. 94년도면 하루키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태엽감는새>를 쓰고 있는 기간이죠. 20년전 하루키 머리 속으로 되돌아 가보시죠. 인터뷰어는 영국 인디뮤지션이자 작가인 존 웨슬리 하딩입니다.
http://www.randomhouse.com.au/authors/haruki-murakami.aspx
하루키 94년 문예지 Bomb 인터뷰(1)
*존 웨슬리 하딩은 인터뷰 서문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서점에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페이퍼백의 표지와 소개 문구를 보고 이끌려 집어 들고는, 그 이후 <노르웨이의 숲>,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댄스>를 차례로 읽어나가며 매료되었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그의 보스턴 콘서트가 끝나고 하루키와 인터뷰 일정이 잡혔는데, 그 때까지 공연 연습은 제쳐두더라도 하루키에 대해 알고 싶어 집에서 이것 저것 검색도 해보았다고 하네요. 인터뷰 시작합니다. :D
JWD: 전 결혼기념일날 필라델피아에서 폭설을 만나 고립되었던 적이 있어요. 마치 당신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속의 하나의 세계에 들어와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책의 시작 부분에 있는 지도는 마치 사람의 두뇌 같다고 느껴졌고, 소설 속의 두 가지 병행되는 구조의 스토리와도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되었어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걸까요?
HM: 그 지도가 사람의 두뇌 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맞아요. 그러네요! 매우 흥미로운데요? 이 소설을 쓰면서 거의 모든 것을 지워버린 상태에서 써나갔기 때문에, 계속해서 제 마음 속의 벽에 지도를 펼쳐 놓고 핀을 꽂으며 써 나갔답니다. 특별히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란 던 것은 아니고 지도를 그려가며 이야기를 써 내려갔죠.
JWD: <노르웨이의 숲>도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고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생각이 발단은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HM: 제가 막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표했을 때, 제 머리 속에는 높은 벽에 둘러 쌓인 작은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써 둔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마을엔 도서관이 있죠. 하지만 당시에는 이야기를 완성 시킬 자신이 없어 포기했었어요. 그러나 그 이야기의 아이디어 만큼은 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계속 '서랍' 속에 잘 보관하고 있다가, 5~6년이 지난뒤 중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거쳐서 장편으로 완성시켰죠. 하지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았어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로켓 부스터와 같은 폭발적인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요.
JWD: 무라카미씨의 이전 인터뷰를 읽어보니, 펜을 들어 소설을 쓰기 전에는 이야기의 플롯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요. 그런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경우엔, 당신이 얘기한 어떤 사전 구상 없이 써내려갔다는 말을 믿기가 매우 힘들어요. 매우 복잡하지만, 두 세계의 모든 요소들이 딱 맞아 떨어져요. 그 관계에 있어서 허술한 부분을 찾기가 힘들죠.
HM: 먼저 <세계의 끝> 파트의 3~4 챕터를 썼을 때 쯤, 무언가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무언가 <세계의 끝>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말이에요. 그래서 완벽하게 다른 또 하나의 스토리를 병행 시키게 된 거에요. 두 이야기의 결론이 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말하기 어려워요. 단지, 그 병행되는 두 이야기가 꽤 잘 맞아들어 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던 거죠. 당신이 음악을 작곡하고 가사를 입히는 일을 한다면, 그 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당신의 잠재의식이라는 것을 알게 될거에요. 음악의 중요한 영감은 모두 잠재의식으로 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모든 중요한 것은 당신의 잠재의식에서 나와요. 만약 당신이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는 것은 당신의 잠재의식을 조롱하는 일이 될 거에요. 그래서 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아요. 이보다 더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 이해해주세요. 이런 방식이 소설의 '스토리' 속으로 접근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임에는 틀림없어요.
JWD: 무라카미씨의 소설 속에서는 비현실적이고 신비한 마법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남미 문학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매직 리얼리즘"과는 또 다른 방식인 것 같아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매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HM: 많은 미국 문학들은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고, 스토리도 잘 구성되어 있죠. 전 서른살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그 전에는 소설을 써 본적이 전혀 없어요.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고, 재즈 클럽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크레이티브한 일을 한 적이 없죠. 그런데 불현듯 소설이 쓰고 싶어졌고 전업 작가가 되었죠. 이것도 마법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요. 전 이야기를 쓸 때,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어요. 기적을 만들 수 있죠. 평범했던 저에게는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제 직업은 어쩌면 '마법'을 다루는 것이 아닐까요.
JWD: 무카미씨의 소설에는 초자연적인 장소와 논리적인 현실 세계가 공존합니다. 그 단적인 예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고 할 수 있을 테고요. '세계의 끝'은 최첨단으로 고도화된 21세기의 도쿄로 현실의 도시이지만, 그 자체로 마법적이며 공상 과학이 어렵지 않게 공존하는 곳이에요. 대부분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초자연적이고 논리적인 현실 세계는 종말론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무카카미씨의 소설에서는 그것에 대한 어떤 물음이나 충돌 같은 것이 없이 자연스럽습니다. 예를들어 <양을 쫓는 모험>의 여주인공은 귀가 안들리지만, 사람을 꿰뚫어보는 투시 능력이 있죠. 그럼에도 그녀는 남자 주인공의 평범한 여자 친구로서 존재해요. 소설 속 그 누구도 그런 초자연적 힘에 대해 염려하거나 신경쓰지 않죠. 그들은 그 자신의 잠재의식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요?
HM: 전 자신 스스로를 위장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봐 왔어요. 저는 '난 예술가이고, 매우 크리에이티브해. 난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특별한 존재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아는데, 전 그런 사람들을 믿지 않아요. 전 보통 사람들이나 일반적인 풍경 같은 평범한 일상 생활 속에서 숨겨져 있는 낯선 상황이나 기괴함, 미묘한 것들을 보고 싶어요.
JWD: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에 예술가가 되길 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예술을 하는 최고의 사람은 바로 자신도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들이 예술적인 충동을 느끼는 방식도 짜증이 날 정도죠. 예를 들면 '난 내 삶의 무덤을 파면서 시를 쓴다'란 식으로 말이에요. 락스타는 항상 그들이 얼마나 낚시꾼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노래해요. 락스타는 낚시꾼이 될 수 있지만, 낚시꾼은 락스타가 될 수 없어요. 락스타만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특전이 없으니까요.
HM: 전 스스로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비정상적인 사람도 되죠. 그런데 그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가끔 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볼 때, 매우 비정상적인 사람을 보기도해요, 그런데 그 순간 또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오죠. 정말 무서운 경험이에요.
JWD: 무라카미씨가 생각하시기에 당신의 주인공들은 꽤나 강박증 혹은 편집증적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주인공들은 작은 디테일한 것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거의 숭배에 가깝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들에게 종이 클립이나 치실은 거룩한 객체가 됩니다.
HM: 그런 작은 디테일만이 현실과 연결됩니다. 그들은 그런 것들이 필요해요. 그런 디테일한 것들이 없다면 그들은 사라져 버릴거에요.
JWD: 무라카미씨의 주인공들의 의식은 어떤 단계들을 넘나들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많은 주인공들이 모두 같은 인물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노르웨이의 숲>의 남주인공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댄스>의 남주인공들이 동일 인물로 생각되어져요.
HM: 맞아요.
JWD: 그리고 몇 년전으로 돌아가보면, 그는 <하드보일드 원더래드>의 주인공 같기도하고요.
HM: 네 맞아요.
JWD: 무라카미씨가 소설을 써 나가면서 발견한 용이한 방식이었나요, 아니면 의식적인 결정이었나요?
HM: 그건 매우 간단해요. 그것은 일종의 저를 위한 치료와도 같은 것이었어요. 당신이 만약 소설을 쓴다면, 그 어떤 존재도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될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이기도 해요. 당신의 발을 각각 다른 신발에 넣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JWD: 그런데 무라카미씨가 이야기하는 치료라는 것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돈을 지불하고 얻는 대가로서의 치료라는 생각이 듭니다. 치료라는 의미 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요. 무라카미씨가 치료라고 표현한 것 보다 더 '신비'한 무언가가 아닐까요?
HM: 음, 당신은 몸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마음도 가지고 있잖아요. 그 둘이 함께 공존하며 지내죠. 그런데 가끔 당신의 마음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 이런 생각을 하죠. '내가 왜 이 몸에 갇혀 있어야 하나.'라고 말이에요. 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몸과 당신의 성향 속에 갇혀 있어요.
JWD: 습관적인걸까요?
HM: 그래요. 전 가끔 몸에서 멀리 떨어져 걷고 싶어요. 바로 이야기를 쓸 때 몸에서 멀리 떨어져 마음껏 산책을 할 수 있게되죠. 이야기를 쓰는 동안은 그건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사실로서 존재하게 되요. 더 이상 이야기가 아니에요, 실재하는 겁니다.
JWD: 제 노래 가삿말도 모두 진실로 생각하죠. 그것이 심지어 꾸며낸 거짓인데도 말이에요. 무라카미씨는 이야기를 가급적 진실과 가깝게 쓰기 위해 주위 사람들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시는 편이신가요? 질문을 달리해보면, 이야기를 써 나갈 때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시나요? 아니면 대부분 무라카미씨 스스로를 위해 글을 쓰시게 되시나요.
HM: 전 기본적으로 제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이 저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써 나가요. 제가 겪었던 일을 어느 누군가는 겪었을 것이고요. 전 그걸 '공감'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제가 전업작가가 되기전 재즈바를 운영했는데요, 재즈바를 찾아 온 사람들의 8-9명은 마음에 안들어 했지만, 1-2명의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시 오게 될거에요. 전 그 1-2명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항상 생각하며 재즈바를 운영했고, 작가가된 지금도 같은 생각이에요.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는 저의 생각과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이건 깊은 어둠 속으로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이 외로운 삶의 방식일지도 몰라요. 던져진 돌은 어딘가로 내려가 무언가를 치면서 소리를 내겠죠.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당신도 알 수 없지만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추측하거나 '믿는 것' 뿐이에요. 그런 고립되어 있는 느낌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리고 그래야만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JWD: 그런 무라카미씨의 작가로서의 고립감이 소설 속 캐릭터에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HM: 맞아요. 하지만, 전 그들이 고립된 속에서 무언가 연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양을 쫓는 모험>의 주인공 나는 외롭고 고립되어 있죠. 그의 아내는 그를 떠났고요. 그녀는 그에 의해 떠나게 되었고, 그는 그 무엇도 찾으려고 하지 않은 채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요. 그러나 <댄스댄스댄스>의 나는 주변 모든 사람들과의 연결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요. 초기 3부작의 나보다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 되었죠.
JWD: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HM: 제가 그 소설을 쓰고 있을 때 가졌던 생각을 기억하고 있어요. 전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서도 글을 쓰려고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저에게도 경험의 한 종류에요. 제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는 저 역시도 조금은 변화되어 있어요. 전 빵과 버터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아니에요. 전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해 보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답니다.
JWD: 우리는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계속 얘기했는데요. <노르웨이의 숲>은 수백만의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고도 말할 수 있을텐데요. 어떻게 그런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시나요?
HM: 잘 모르겠어요. <노르웨이의 숲>은 지극히 종래에 있어왔던 리얼리즘 기법으로 써내려간 소설이에요. 그 이전의 소설들에서 보였던 신비스런 일들이 하나도 없죠. 매우 심플한 이야기이고, 처음 부터 끝까지 정공법으로 쓴 소설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몇 만, 몇 십만의 독자가 제 소설을 읽었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노르웨이의 숲>을 출간하고 매우 곤란한 일들이 많이 생겨서 일본을 잠시 떠나게 되었죠.
JWD: 어떤 일들이 일어났죠?
HM: <노르웨이의 숲>은 저와 제 아내가 유럽에 체류 중일 때 쓰고 출간까지 했죠. 그래서 그 소설에 대한 어떤 비평이나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바로 알지 못했어요. 그리고나서 일본에 귀국했을 때, 제가 더욱 더 유명해져있는 걸 알 수 있었죠. 전 그런 유명세나 일종의 명성 이런 것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유명해지는 것은 딱 질색이었죠.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지만, 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전 단지 소설이 쓰고 싶어서 썼던 것 뿐인데, 갑자기 제가 유명인이 되어있고, 모든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알고 제 얼굴을 알게 된거죠.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일본으로 돌아오고 나서 반년 동안 아무것도 쓸 수 없을 지경이었죠. 전 유명해지고, 수입도 꽤 올라갔지만 전 행복하지 않았어요.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기 이전에도 그 이전 작품들이 꾸준히 팔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전 꽤 조용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 이후에는 더이상 그 이전의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없었죠.
JWD: (프린스턴 대학의 객원 교수로 있는) 지금은 어떠신가요?
HM: 네 좋아요. 저 스스로 왔는 걸요.
JWD: 무라카미씨의 작품에서는 <노르웨이의 숲> 출간 직후 겪었던 곤란스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요. 그 경험이 무라카미씨로 하여금 무언가 달라지게 만들었을까요?
HM: 글세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모든 걸 잊어 버렸답니다.
JWD: 무라카미씨는 주변에서 TV에 출연하도록 강요하는 곳 보다 조용한 섬에서 쓰는 것을 선호하시는 건가요?
HM: 전 TV는 물론 라디오도 좋아하지 않고요. 사람들 앞에 나가서 이야기 하는 것도 싫어요.
JWD: 무라카미씨의 캐릭터들 역시 TV와 라디오를 멀리하고, 음악을 플레이해서 듣죠. 매우 드문 일인 것 같아요. 요즘의 소설 속 인물들은 TV를 보고 라디오를 들어요. 그런데 무라카미씨의 주인공들은 카오디오에 테이프를 넣어서 음악을 듣습니다. 물론 이 점은 제가 무라카미씨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과 음악이 연결되는 방식에 있어서 좋아하는 점이기도 해요.
HM: 음악은 사람의 평생 친구라고 생각해요. 전 평생 음악을 배척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전 글을 쓸 때면 항상 음악을 듣습니다.
JWD: 전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못 듣겠더라고요. 음악의 리듬에 깊숙히 들어가서 글을 쓰는 느낌일까요?
HM: 아니오. 그렇지는 않고 전 단지 음악이 제 주위에 머무는 정도의 기분이 좋아요. 음악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정도의 느낌이죠. 글을 쓸 때는 대개 클래식 음악을 들어요. 바흐를 듣거나 재즈를 듣기도 하고, 토킹 헤즈같은 락큰롤도 들어요.
JWD: <댄스댄스댄스>는 무라카미씨의 가장 최근 발표된 소설이죠?
HM: 네 그래요. 지금은 매우 긴 장편을 쓰고 있어요.
JWD: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긴 했습니다만.
HM: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요. 1930년대 중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에서 참고를 한 겁니다. 전 당시 소련과 만주국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피의 전쟁이었죠. 전 역사에 꽤나 흥미를 가지고 있어요.
JWD: <양을 쫓는 모험>에서는 역사와 많은 관계가 있는 우익의 사악한 보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신비한 양을 죽이기 위해 주인공들에게 계속해서 압박을 합니다.
HM: 네. 전 그 부분을 좀 더 확장하고 싶었어요. 제 아버지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만주에 있었어요. 아버지는 당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고, 전 어린 시절 꽤나 흥미있게 듣곤 했죠. 강박관념의 일종일 수 도 있겠네요. 때때로 아버지가 해주는 전쟁 이야기는 어린 제가 듣기에는 너무 참혹하기도 했죠. 그건 아버지가 저를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가가해요. 그 야기를 들었던게 제가 7살 무렵인 전후 1995년, 1996년이었는데, 그때 까지도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전쟁에 대한 생생한 기억들이 모두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 중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해요. 저도 정확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못 먹겠어요.
JWD: 외국의 번역 과정을 통하면서 무라카미씨의 본래 의도 혹은 문장 자체가 누락된다거나 하는 일을 겪는 독자들이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HM: 전 한 번 출간하고 나면 보통 제 소설을 다시 읽지 않아요. 오히려 번역본은 읽어 봅니다. 제 소설의 번역본을 읽으면 꽤나 재미있어요. 그러나 일본어로 된 원작은 읽지 않아요. 당혹스럽고 쑥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이 되죠.
JWD: 녹음된 제 목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겠군요. (웃음)
HM: 그리고 전 기본적으로 제 원작과 번역본에 대해 비교해서 평가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전 탈고하고 나면 모든 걸 다 잊어버리거든요! 예를 들어 <댄스댄스댄스>는 6년 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그 이후 한 번도 다시 읽어 보지 않았어요. 그러나 영어 번역본은 읽었죠. 역시 꽤나 흥미로웠어요. 원작과 번역본은 분명히 다른점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명확하게 다른 부분에 대해서 집어 내지는 못할 거 같아요.
JWD: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미국 독자의 무라카미씨 작품에 대한 리뷰를 봤는데요. 그녀는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씨의 소설에 던킨 도넛이나 맥도날드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웠다고 하더라고요.
HM: 미국 독자들은 또 다른 것 같아요. 그들은 일본에도 던킨 도넛이나 맥도날드, 리바이스 그리고 밥 딜런이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있다는 것을 잘 믿지 못하죠.
JWD: 무라카미씨는 그 모든 것들을 다 겪으셨잖아요.
HM: 그럼요. 제가 자랄 때 다 있었죠. 그 독자는 아마도 던킨 도넛이나 코카콜라, 버드와이져와 밥딜런은 미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거 아닐까요?
JWD: 무라카미씨 작품을 처음 읽은 미국 독자들은 전혀 일본 작가가 쓴 소설 같지 않다는 점에 당혹해 하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했는데요.
HM: 네 그래요. 그건 일본 문학이 가진 매우 강한 전통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 사람들은 그들의 아름다운 언어와 문학은 매우 특별해서 오직 일본인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부심이 강해요. 이건 당신도 얘기할 수 있는 일본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 역시 이말에 동의하는 편이에요. 확실히 일본 언어나 문화는 다른 서양의 그것과 다르죠. 하이쿠(일본 단가)는 번역하기 어렵죠.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전 일본어로 말을 하고 일본어로 소설을 쓴다는 점에서 확실히 당신과는 다른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당신과 이야기하는 지금 만큼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위에서 언급한 일본성을 전달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전 이국적이지 않아요. 그것이 제가 일본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요. 제가 소설 속에서 도쿄를 묘사하면 그건 실재하는 도쿄가 아니에요. 그건 단지 화려한 혹은 어두운 도시일 뿐이에요. 전 소설을 쓰기 위해 매우 인공적이고 이상하고 기괴한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이점이 제가 소설을 쓰면서 원하는 점이고, 독자들은 여전히 제가 묘사하는 것들을 비현실적인 세계라고 받아들이죠. 6년전에 이미 던킨 도넛을 소설 속에 등장시키기도 했는걸요. 그것은 결국 저에게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장소를 창조하도록 도와줬어요!
꽤나 긴 인터뷰네요. 두 사람이 족히 반나절은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1편은 여기서 끊고, 2편으로 나누어서 포스팅할게요. 2편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이야기하며 시작합니다. 곧 다시 올게요. Happy new year!!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