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2006년 GQ Korea 인터뷰 (4)

finding-haruki.com 2012. 11.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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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에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하루키지만, 2007년 GQ 코리아와 가진 인터뷰가 있습니다. 시기는 하루키가 <해변의 카프카>로 프라하에서 카프카상 수상을 하고 돌아 온 직후입니다. 그 인터뷰를 포스팅으로 정리했고 그 포스팅의 마지막 4편입니다. GQ와 가진 인터뷰 말고도 시기상으로 10년 정도 빠른하루키 주요 작품을 번역하기도 한 김난주씨와의 인터뷰도 있는데 이 인터뷰 전문은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하루키 2006년 GQ Korea 인터뷰 (1)(2)편, (3)편


Photographs by Mark Arbeit


무라카미 하루키 GQ 인터뷰 (4)
-2007년 10월 하와이 대학- *객원 에디터: 이진영 글


Q37: 프라하는 어떠셨어요? 좀 피곤해 보이세요.


하루키: 프라하는 좋았지만, 시상식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기자들이 너무 많았어요. TV녹화는 프라하의 지역 방송국으로만 제한을 하기로 분명히 언급했는데, 나중에 보니 일본 방송국에 필름을 팔았어요. 일본 전역에 뉴스가 나갔어요. 지금도 마음이 불편해요. 그래서 돌아온 후로는 어떤 미디어 접촉도 피하고 있는 거에요. 보통 때보다 특히 더 민감하게 방어 태세를 갖추게 된거죠. 


Q38: 수상 사실 자체는 행복한 일이었나요?


하루키: 솔직히 아니에요. 난 그런 문학상에는 관심이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년에 누가 노벨 문학상을 탔는지, 재작년에는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좋은 스토리, 좋은 소설이죠. 내게는 독자가 전부에요. 독자가 내 소설을 기억해준다면 그걸로 족해요. 문학상은 잊혀지는 거니까, 큰 의미는 없어요.


Q39: 그래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당신의 문학을 찾아 읽고, 가능성을 알아봐주고, 저력을 인정해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일 것 같은데요.


하루키: 그래요. 거기까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거기까지면 나는 충분해요.


Q40: 당신의 작품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세대가 지나도 당신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더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현재의 재능으로 만족하시나요?


하루키: 정말 내가 그런 작가가 된겁니까? 난 그저 즐기고 있을 뿐인걸요. 누군가 내게 "하루키상, 이제 안 써도 됩니다"라고 해도 난 계속 쓸 거에요. 시간이 남을 때 누군가는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고 또 누군가는 야구 경기를 보겠지만 나는 글을 써요. 쓰고 싶으니까.


Q41: 글을 쓸 때 책상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하루키: 키보드, 컴퓨터, 커피. 전 카페인 중독이거든요. 고양이랑 살 땐 고양이도 항상 내 옆에 있었어요. 요즘은 여행하면서 사니까 고양이는 없지만. 83년 담배를 끊기 전엔 책상 머리에[서 담배도 많이 폈죠. 하지만 글을 쓸 땐 비교적 깨끗하고 체계적으로 책상을 정리하는 편이에요.


Q42: 책상처럼 소설을 쓸 때의 삶도 체계적인가요?


하루키: 네. 책을 쓰지 않을 때는 혼돈 그 자체지만, 일단 소설을 시작하면 굉장히 조직적이 돼요. 비즈니스맨 처럼 언제나 새벽 4시에 일어나고 보통 9시나 10시까지 주로 아침에 집중해서 써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죠. 


Q43: 문자나 활자가 지겨워질 때는 없었나요? 힘들다거나.


하루키: 아니요. 지금껏 그런 적은 없었어요. 내가 생각해도 난 워커홀릭이에요. 소설을 쓰지 않더라도 뭔가를 꼭 써요. 지난 5~6년 하루도 쓰지 않은 적이 없어요. 에세이든, 번역이든 무언가 반드시 쓰죠.


Q44: 부모님이 사준 많은 책들이 어쩌면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루키: 정말 많이 사주셨어요. 두 분 다 고교 선생님이셨는데, 책이 중요하다는 걸 아셨던 것 같아요. 항상 책을 권하셨어요. 


Photographs by Mark Arbeit


Q45: 어린 시절하면 또 생각나는게 뭔가요?


하루키: 고양이. 고양이는 내 친구였고, 동생이었어요. 왜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나 몰라요. 그냥 부드럽고 따뜻하고, 나처럼 개인주의고, 그런게 다 맘에 들어요. 


Q46: 10대에 당신을 열광시킨 건 무엇이었나요?


하루키: 흠, 그땐 영화 보고 책 읽는 것이 전부였어요. 고교시절에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주로 영화를 같이 많이 봤어요. 나는 장 뤽 고다르나 프랑수아 트뤼포 같은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지만, 여자친구 때문에 비장하거나 그로테스크한 영화 보다는 행복한 멜로물을 많이 봤죠.


Q47: 20대의 당신은 어떤 일에 집중했나요?


하루키: 20대 하면, 일한 기억밖에 없어요. 그땐 진짜 정신없이 열심히 일했어요. 전 학생 때 결혼을 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는데 재즈바까지 오픈했으니까 사업자금으로 빌린 그 많은 돈을 갚아야 했죠.


Q48: 30대의 가장 큰 사건은요?


하루키: 소설가가 된 것. 일단 한 번 확실히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고 나면 남은 인생은 예측하기 쉽잖아요.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소설가가 된 경우라면 별로 놀랄 게 없지만, 그런데 난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맘이 전혀 없었는데 됐잖아요.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작가가 된 건 30대의 가장 큰 사건이 아니라,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에요.


Q49: 하루키상이 생각하는 신사가 갖추어야 할 성품은 무엇인가요?


하루키: 여자에게 항상 친절할 것. 그리고 정직할 것. 그런데 여자들 앞에서 항상 정직성을 유지하는게 쉬운일은 아니죠. 친절함을 갖는 건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 같아요.


Q50: 그 기준으로 보면 하루키상은 몇 점짜리 신사인가요?


하루키: 글세, 전 꽤 친절한 편인 것 같은데. 가부장적인 사고방식도 없는 편이고요.


Q51: 이번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루키: 한국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구나, 하는 감이 있었어요. 한국의 잡지와는 인터뷰를 한 적이 없기도 하고요. 일본을 벗어나 제 소설에 첫 번째로 관심을 보여 준게 한국, 한국의 독자에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한국의 독자는 매우 특별해요,


Q52: 우리가 인터뷰에서 나눈 '좋은 소설'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많은 말들이 오간다 해도 세상은 여전히 불길하고 글을 읽는다는 것으로는 고통에 처한 아이들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문학의 효용성은 무엇인가요?


하루키: 좋은 스토리라면, 읽는 이의 감정은 물론이거니와 행동 자체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감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직접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훌륭한 스토리는 만국 공통어로 작용해요. 한국, 미국, 러시아, 베트남에 있는 이들은 모두 각각 다른 언어를 쓰지만 좋은 스토리를 보면 똑같이 감동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합니다. 국가간 분쟁은 심해만 가지만 그 와중에도 문학은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믿어요. 스토리는 파워가 있어요. 그 어떤 정치 분쟁 보다, 어떤 사회 분쟁 보다도.


*이상 총 4번에 걸친 하루키와 GQ 코리아와의 인터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인터뷰 내내 친절하고 세심하게 응해 준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삭하게 튀긴 고로케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 퍼지는 따듯함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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