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2006년 GQ Korea 인터뷰 (3)
2007년 한국판 GQ에 실린 하루키 인터뷰 그 3번째 이야기입니다. 1,2편에 이어 계속 이어가보겠습니다. 고고!
하루키 2006년 GQ Korea 인터뷰 (1)편, (2)편
Photographs by Mark Arbeit
무라카미 하루키 GQ 인터뷰 (3)
-2007년 10월 하와이 대학-
Q24: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정말 첫 번째 소설이었나요? 그 전의 습작기는 어땠나요?
하루키: 네, 정말 그게 내 생애 첫 소설이었어요.
Q25: 첫 번째 독자는 누구였나요?
하루키: 제 아내요. 아내는 기억을 못한다고 하지만(웃음). 그때도 지금도 전 항상 책을 출판하기 전에 단 한 사람, 아내에게 의견을 구해요. 그녀는 굉장히 예리한 평론가에요. 글을 읽을 줄 알는 사람이죠. 좋은 조언을 많이 줘요.
Q26: 아내는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던가요?
하루키: <어둠의 저편>과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요.
Q27: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는 불륜을 다뤘는데도요?
하루키: 그러게말이에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리고 며칠간 너무 친절히 대해줬어요. 맛있는 것도 매일 만들어 주고.
Q28: 첫번째 독자는 여전히 같지만 많은 것들이 변했겠죠. 데뷔작을 쓰던 74년의 하루키상과 지금 2006년의 당신은 어떻게 다른가요.
하루키: 그떄보다 조금 더 나은 스토리텔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떈 못 쓸 것 같은 것이 많았거든요.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등등. 섹스신, 폭력신, 막 도망다녔어요. 그런데 요즘은 무엇에 대해서라도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행복한 일이죠.
Q29: 그간의 작품 중 가장 힘들게 쓴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걸까요?
하루키: 다행히 저는 집중력이 강한 편이어서 힘을 많이 들여 글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라면 <태엽감는새>인 것 같아요. 우선 그때 개인적으로 좀 바빴어요. 당시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91년 프린스턴, 93년 터프츠 대학) 수업 준비를 하느라고 바빴어요. 소설 자체의 요인도 있었어요. 전 소설마다 목표가 있다고 했죠? 그런데 <태엽감는새>에는 특히 그 목표가 여러 개 있었죠.
Q30: 팔 근육과 어깨, 배 근육까지 다 단련해야 하셨겠네요.
하루키: 그렇죠. 그거 다 단단하게 만드느라 3년이 걸렸어요.
Q31: 결과에는 만족하세요?
하루키: 그런대로, 내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책이 되었으니까요.
Q32: 근육을 단단하게 한 덕분에 퇴고에 걸리는 시간은 좀 줄어들었나요?
하루키: 음, 그건 아니에요. <해변의 카프카>는 초고가 6개월 걸렸는데 퇴고에 1년이 걸렸어요.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대여섯 번을 고치고 또 고쳤으니까. 6개월간 초고를 쓰면 10개월은 원고를 손보는 데 보내요.
Q33: 인세는 달라졌겠죠? 오른 인세 덕분에 부자가 됐나요?
하루키: 돈 말하는 거죠? 맞아요. 꽤 올랐어요. 그런데,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난 돈에 욕심이 없어요. 이런 평범한 옷과 자전거, 시계만 있으면 돼요. 이유 없이 비싼 건 좋아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아요.
Q34: 그럼 대체 그 많은 돈으로는 무얼 하시나요?
하루키: 자유. 자유를 사고, 내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인세 덕에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됐으니 자유를 얻게 됐고, 그래서 글 쓰는 것만 할 수 있게 됐죠. 내겐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Q35: 하루키상도 종종 주인공에 연민을 느끼시나요? 당신의 소설을 읽다 보면 슬프고 외로워집니다.
하루키: 물론입니다. 동정이 없으면 어떤 것도 쓸 수가 없어요. <스푸트니크의 연인> 읽었다고 했죠? 주인공이 열아홉살 레즈비언이잖아요. 쉰살을 넘어 이 소설을 시작했는데, 그때의 내가 열아홉의 여자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레즈비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알았겠어요. 알 리가 없죠. 하지만 온 힘을 기울여 나 자신을 스미레에 투영시키면 그렇게 연민을 갖고 접근하면 스미레로 살다보면 그림이 그려져요. 아, 이런 기분으로 사랑하겠구나, 이래서 서운했구나. 그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거에요. 모든 건 강한 동정에서 시작해요.
Q36: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뮤'라는 이름의 한국인 여자 주인공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실제로 모델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제 어시스턴트가 재일 한국인 2세에요 지난 10년간 가장 가까이에서 절 도와준 친군데, 그녀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가족에 대해 얘길 많이 했거든요. 책을 쓰기 전에 미리 꼼꼼히 연구를 하고 조사를 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가끔, 아주 가끔 그런일이 있기도 하지만. <해변의 카프카>의 배경이 된 시코쿠에 대해 쓸 때도 그 근처는 가본적도 없었어요. 나중에 책을 쓰고 가봤는데 뭐랄까 데자뷰 같은 느낌이었어요. 한국에도 가본 적은 없지만,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에서 출발해 열심히 상상했어요. 참 그녀는 아름답기까지 해요.
*이상 하루키와 GQ 코리아와의 인터뷰 3편이었습니다. 실제 인터뷰는 2시간을 넘어 여기서 끝나고 다시 40여일이 지나고 하루키가 카프카상을 수상한 직후 다시 이뤄졌네요. 그 내용은 다음 4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