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인터뷰

하루키X후루카와 히데오 몽키비지니스 대담 (3)

finding-haruki.com 2012. 3. 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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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와 후루카와 히데오 작가의 09년 몽키비지니스지 심층 대담 포스팅 3번째입니다. 첫번째 포스팅(클릭)에서는 데뷔 시절 부터 몸을 단련하기 시작한 계기를, 두번째 포스팅(클릭)에서는 소설 4편을 쓰고(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유럽으로 건너가게된 사연에 대해 얘기했고 이제 3번째 미국 체류와 <태엽감는새>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성장을 목표로 계속 나아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당시 59세), 09년 春 몽키비지니스 롱인터뷰 


08년 프린스턴 명예학위를 수여 받는 하루키  http://www.princeton.edu

*번역은 역시 @maynotea가 도와줬고, 몽키비지니스지 전체 70페이지 분량의 대담 중 17~26페이지 분량입니다.

Chapter (3) 미국 체류와 태엽감는새 (*1992~1995)

 
 

후루카와: <태엽감는새>는 미국에서 쓰신 장편이지요. 그 작품을 집필하시면서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경험이 작품에 반영이 되었나요? 


하루키: 미국으로 간 것은 1991년 1월이었어요. 일본을 떠날 당시 바그다드 폭격이 있었고, 부시가 걸프전쟁을 시작했죠.

  

후루카와: 어쩐지 상징적인 기분이 드네요. *역주: <태엽감는새>에서는 2차세계대전 당시 몽고와 일본군이 세운 만주국과의 국경 분쟁이 러시아와 일본과의 전투로 확장된 노몬한 전투가 묘사됩니다.


하루키: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에 가는 것은 싫다고 생각하면서 떠났던 기억이 있어요. 또 제가 있던 곳이 프린스턴 대학교 였는데 보수적인 학교여서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전쟁을 지지하는 집회를 하기도 했어요. 근처의 라톡즈 대학 같은 곳은 모두 전쟁 반대 집회를 했는데 말이죠. 터무니 없는 곳에 온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일을 하기엔 최고의 환경이었어요. 그곳의 교직원 숙소는 좁고 검소한 낡은 집에서 살았고 오로지 소설만을 쓰는 생활을 했어요. 런닝을 하고 학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일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거나 했어요. 에어콘도 없어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더운 여름밤에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했죠. 이미 10만 키로를 달린 혼다 어코드 중고였지만 에어콘이 나왔으니까요. (웃음) 그렇게 2년 반을 있었어요. 대학 생활 동안 우수하고 다방면의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서 지금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어요. 훌륭한 중고 레코드 가게도 있었고요.

    

후루카와: 무라카미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프린스톤 대학이라고 하는 곳은 '우물의 바닥'과 같은 느낌으로 <태엽감는새>를 쓸 수 있었다는 거네요. 


하루키: 정말 우물의 바닥이었네요. 스스로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당시는 거의 아무도 저를 몰랐지만 지금은 꽤 이름이 알려진 것 같아요. 프린스턴 대학에서 저에게 명예 학위까지 주었을 정도로 말이죠. 당시에는 무명이나 마찬가지 였죠. 그 때 프린스톤대학협회의 기념품 스토어에서 사인회를 했는데 1시간에 15명 정도 밖에 오지 않았는 걸요. (웃음)

  

후루카와: 4분 마다 한 명꼴이 었군요. (웃음)


하루키: 너무 지루했어요. 옆에서 같이 사인회를 하고 있던 작가와 둘이서 계속 얘기를 하며 앉아 있었지만, 어느쪽도 사람이 별로 오지 않았어요. (웃음) 대학에 있으면서 한 학기 정도는 수업을 해야했지요. <제 3의 신인>이란 수업을 했는데, 강의를 위해 찾아야 할 것들이 많아 소설을 써나갈 수 없었어요. 하지만 기분전환으로는 좋았죠. 학기 중에 학생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요.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여러모로 자극이 되고 좋았습니다.

  

후루카와: 미국으로 건너간 무라카미씨가 <태엽감는새>를 당시 가지고 있던 모든 기량과 테크닉을 전부 소진해 가면서 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필이 한 창일 때 주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나요?


하루키: 쓰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나중에 보니 그 소설에는 프린스턴의 풍경과 공기가 배어 있었던 것 같아요. 소설의 3부는 메사추세츠에서 썼지만 생각나는 건 뭐니뭐니해도 프린스턴이에요. 만약 그 이야기를 일본에서 썼다면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죠. 어떻게 다를까는 잘 모르겠지만, 다 썼을 때는 솔직하게 말해서 이미 제 전부가 빠져나간 기분이었어요. 텅 비어있었죠. 어쩐지 100키로 마라톤을 달린 다음과 같았다랄까요. 하지만 <태엽감는새>까지 오면서 어느 정도는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해 두었던 부분까지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도달했다라는 확실한 느낌은 있었습니다. 뭐랄까 일단 목표로 정한 스테이지에 드디어 서게 되었다라는. 하지만 <태엽감는새>를 낸 당시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은 비평이 있었죠. 그 전에 <노르웨이의 숲>이 굉장하게 판매가 되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반발이 꽤 강했어요. 제가 출간하는 소설은 무조건 헐뜯자라고 다짐한 사람도 있는 것 같았어요. 어쨋든 신경은 쓰지 않지만요. 뭐 지금은 아무래도 그런 역풍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서 <태엽감는새>도 나름대로 안정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지만 당시에 저로서도 목을 움츠리고 입을 닫는 등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작품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 느낌도 있었고 시간이 머지 않아 여러가지 일을 해결해 줄거라 믿었어요. 그래서 쓸데없는 시시한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었죠.

  

후루카와: 지금은 이미 <태엽감는새>의 평가와 절대적인 흔들림이 없죠. 뼈대가 굵은 멋진 작품이지만 그 멋짐의 안에는 그 이전의 무라카미 작품의 흐름 부터 대담하게 가자라고 하는 의지나 예감이 나름대로 가득 채워있는 요소나 감각이 많아서 <태엽감는새>를 깎아 내리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여기서부터 큰 것이 발현되어지지 않을까"라는 공포라고나 할까 징조가 밀려와 좌절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루키: 음 그런것보다 전체적으로 자극이 굉장히 강했던 것 같아요. 그건 분명 일본의 기성문학 시스템이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이 자극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전범의 주요한 한명이 무라카미 하루키였다는 것. 그래서 리얼리즘이나 사소설을 바랬던 보수적인 사람은 당연하게 저를 비판했고 전위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첨예적인 아방가르드한 방향성과는 다른 것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저를 비판하게 되는거죠.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저는 뭐랄까 좁은 곳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후루카와: 보수와 전위, 서로 상대가 없으면 사실 성립되지 않는 기성구조 부터 무라카미씨는 완벽과는 떨어져 계셨네요. 단지 전범이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도 당시에 이미 일본 문학이 어느정도까지 왔었고 누군가가 깨뜨리지 않으면 안되서 그것을 무라카미씨가 무자각으로(웃음) 깨뜨리고 있는 모양으로 되어버렸으니까 지금의 무라카미씨나 저보다 아래 세대의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무라카미씨가 깨뜨려준 덕분에, 가까스로 그러한 멍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소설이나 작가의 모습이라고 하는 모색이 가능해졌으니까요.


하루키: 그렇지만 저로서는, 단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쉽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한 것 뿐이라서 그런 전략적인 생각은 특별히 없어요. 그런데 그런 쪽으로 특별히 저에게만 비난이 심해서, 뭇매질을 받고 왔다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네요. (웃음)

  

후루카와: 별말씀을요. (웃음) 그런데도 무라카미씨가 얻어맞는 쪽에 계셨기때문에 소설을 읽는 사람들도 존재하게 되었다는 느낌도 들어요.


하루키: 맞아요. 역시 독자들은 저를 지지해주었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감사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독자이외의 사람들은 거의 그렇지 않았죠. 그런 의미로는 그 시기에는 정말 고독했어요. 고립무원이라고 하나요? 뭐 저는 그 정도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지만 간단히 말해 결코 즐겁지는 않았어요.

  
*하루키는 본인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 준 <노르웨이의 숲>에 대해 벗어나고 싶다라던가 좀 이상한 작품이라고 하기도 하며 그 작품으로 부터 받은 상대적인 스트레스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더  솔직하게 속 마음을드러낸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2010년 '생각하는 사람'과의 롱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지만 이번 몽키비지니스에서는 그 진솔함이 더 배어있네요. 같은 작가로서 후루카와 히데오씨가 적절히 이야기를 잘 끌어낸 것 같아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미국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하면서, 1995년 일어난 큰 두 사건 '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린 테러 사건'과 <언더그라운드> 작업에 대한 인터뷰를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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