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인터뷰

하루키X후루카와 히데오 몽키비지니스 대담 (1)

finding-haruki.com 2012. 1. 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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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는 지금은 폐간된 일본의 문예잡지인 몽키비지니스 09년 봄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제작년 문학동네 계간지에도 실렸던 일본 신쵸오사의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 비할 정도의 긴 분량과 퀄리티를 담고 있는데, 하루키의 데뷔 부터 그가 목표로 설정해 놓은 시기별로 치밀하게 진행했던 인생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인터뷰가 담긴 09년 봄호는 평소 판매량의 3배 이상 판매 되기도 했더군요. 70페이지 걸친 인터뷰를 번역이 진행되는대로 챕터별로 나누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10년 가을 일본에서 출간된 하루키 인터뷰집 <꿈을 꾸기 위해 나는 매일 일찍 눈을 뜹니다>에도 수록되기도 했죠. 이 책에 대해서는 제 이전 포스팅을 참고(click)하세요.

[성장을 목표로 계속 나아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당시 59세), 09년 春 몽키비지니스 롱인터뷰 


*인터뷰어인 후루카와 히데오는 하루키와 같은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중퇴하고 20대 후반 하루키 작품에 심취하여, 28살의 나이로 소설가로 데뷔합니다. 그리고 그 스스로 하루키의 영향에서 벗어나 보고자 2003년<중국행 슬로보트 RMX>를 집필하기도 하는데, 그는 여전히 하루키의 영향 아래에서 추리, 판타지 요소가 강한 이야기들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있답니다.

사진 출처: 후루카와 히데오 페이스북

*번역은 @maynotea가 도와줬습니다. 전체 70페이지 분량 中 처음 1~10페이지 분량 지금 시작합니다. 

Chapter (1) 육체에서 소설을 만든다. (*1979~1988)

 

후루카와: 제가 이전에 <중국행 슬로보트 RMX>라는 작품에서 무라카미상의 단편 <중국행 슬로보트(1980)>을 리믹스 했었는데, 그 때 제 작업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루키: 아니오, 천만에요. 원본이 꽤 오래되어서 저로서는 뭐랄까. '내 것'이라는 실감이 없어진 상태였다랄까요. 어쨋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쓴 단편 소설이기 때문에 쓰는 저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잘 몰랐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부러 그런 소설을 다시 써주시다니 오히려 감사하죠. 


후루카와: 별말씀을요. 저도 작가 생활을 10년간 해오면서 이 기회에 제 자신이 무라카미상에게서 받은 영향을 씻어 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품적인 영향이라기 보다 무라카미상의 '육체에서 소설을 만든다'라고 하는 각오와 신조에 영향을 받아 그것을 나름대로 실천을 해보자라는 태도로 영향을 받아 온 것이 아닌가라고 다시 느꼈습니다. 


하루키: '육체에서-'라는 것에 한마디 한다면, 그건 정말 단순한 이야기로 제가 20대 동안 계속 육체 노동을 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재즈카페 비슷한 바를 하면서 거기서 매일 서서 일하면서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이것저것 아침 부터 늦은 밤까지 꽤 힘들게 몸을 움직이면서 지냈습니다. 군살 같은 건 생길 여유도 없었지요. 그런 패턴이 서른이 되던 때에 뜻밖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바빠져 가게를 정리하고 그 때 부터 책상 앞에 매일 앉아 계속 쓰고 있는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로 생활이 바뀌었죠. 그 때, 이건 신체를 단련해 놓지 않으면 곤란해!라고 생각했어요. 책상 앞에 앉아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건, 꽤 고생스럽지 않아요? 


후루카와: 상당하죠-


하루키: 그래서 이 부분에서 신체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괴로운 순간은 어떻게해서든 사라지지만, 이대로 10년, 20년 지난다면, 피지컬한 의미로 몸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늘 하는 말이지만, 저의 20대는 모든 의미로 인테이크(자기것으로 하는)의 10년 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엄격한 육체 노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견고하고 튼튼한 바탕이 되어 있어서, 책상 앞에 계속 앉아 있는 일의 중요성도 직감적으로 알았다는 것. 처음 부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만 했었다면, 그 위험성 같은 것을 몰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루카와: 그럼, 느낌과 마음 상태는 몸이 단련되기 시작할 때 부터 무라카미상에게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하루키: 극히 단순히, 군살이 생기면 소설가에게는 않좋지 않을까(제 구실을 못하는)라는 실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죠.


후루카와: 아 좋은 말이네요.


하루키: 개인적인 실감이라서 일반성이 어느정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쨋든 군살이 붙으면 신체의 움직임이 그만큼 무뎌지지요. 신체의 움직임이 무뎌지면 머리의 회전도 물론 무뎌지게 되요. 물론 군살이 붙어 있어도 좋은 소설을 쓰는 사람도 많지요. 제가 의미하는 것은 좀 더 장기적인 것입니다. 

긴 세월이 지난뒤에도 액티브한 소설가로 계속있으려면 이라는 의미로 말이죠. 신체의 움직임과 머리의 움직임이 직결되어 있다는거죠. 젊었을 때는 상반신만 사용해도 쓸 수 있지만, 어느 시점 부터 다리와 허리의 하반신이 중요하게 됩니다. 상반신만으로는 잘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하반신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군살은 붙이지 않아야 하죠라고는 말해도, 어느 연령대를 지나면 군살이 당연히 붙게 되요. 매일 달려도 점점 힘들어집니다. 저도 옛날과 비교하면 거의 3키로 늘었으니까요. 


후루카와: 굉장하네요. 3키로 정도의 변화 밖에 없었다니요.


하루키: 거의 달리기 시작했을 때에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계속 되면 안돼'라는 마음 속에서 부터 나온 직감적인 동기였습니다. 어쨋든 군살이 붙으면 안돼, 신체를 무겁게 하면 안돼라고. 그래서 담배도 끊었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운동을 일상의 습관이 되도록 신체를 개조했던 거죠.

30살에 데뷔해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을 쓰고 나름대로 평판을 받아 꽤 판매가 되었지만 정직하게 말해 개인적으로는 그 때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두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지 못했다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지만 제 자신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요.

(*역주: 당시 아쿠타가와상의 심사위원이었던 오에 겐자부로의 평 "현대 미국 소설을 교묘하게 모방한 작품이 있는데, 작가 자신이 창조를 위한 훈련이 없고 뚜렷한 목적 의식이 없는 작품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헛된 시도 처럼 느껴졌다." )

주제 넘을지 모르지만 (아쿠타가와상 이외의) 다른 몇 개의 상을 받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저는 원래 그런 타입의 소설을 쓰려고 쓴 것이 아니라 그 때는 그렇게 밖에 쓸 수 없었어요. 처음에 저는 소설 쓰는 것을 잘 몰랐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다룰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거기에 맞춰한 요리 같은 것이였죠. 하지만 지금은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10년 뒤에는 조금은 정리된 것을 적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40살이 되기 전에 일단 소설가라고 하는 태새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래서 38살 때 <노르웨이의 숲>을 쓰고, 39세에 <댄스댄스댄스>를 썼었죠. 그리고 10년차를 맞이했어요. 역시 <노르웨이의 숲>이 한 단락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 때도 계속 달리고 있었습니다. 매년 한 두번은 풀 마라톤을 달렸습니다. 달리고 있으면 제 자신이 원래 여러가지 의미로 장거리 러너였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순발력은 그다지 없지만, 일단 길게 해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해서 한다 해도 전혀 질리지 않아요. 그래서 생활도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어제도 저녁 8시반에 자서, 오늘 아침 2시에 일어났어요. 그리고 그대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후루카와: 그러면 저녁 식사는 몇 시 정도에 하십니까?


하루키: 저녁식사는 거의 6시반 정도에 먹습니다. 하지만 새벽 2시에 일어나서 곤란한 것은, 일어나서 커피를 마실까. 술을 한 잔 할까 고민하는 것이죠. (웃음) 새벽 3시 정도에 일어나면 곧 아침이니까 커피를 마시자 생각하지만, 1시 정도에 눈이 떠지면 와인 한 잔 마실까 생각이 들지요. 2시 정도가 가장 절묘해요. (웃음)


후루카와: 역시. (웃음) 무라카미상, 술은 괜찮습니까? 아무래도 연령에 따라 술도 약해지거나 할텐데요.


하루키: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옛날엔 그다지 많이 마시지 않았어요. 간은 젊었을 때 무리해서 마시지 않으면 깨끗하게 그대로 있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술을 꽤 먹을 수 있어요. 제 친구들 중에도 젊었을 때 술을 많이 마셨지만 나이 들면서 잘 마시지 못하지요. 저는 무리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후루카와: (데뷔 전) 가게를 운영하셨을 때는 혼자서 마시거나 하지 않았나요?


하루키: 그때는 매일 피곤했었기 때문에 마셔도 금방 졸려워서 자버렸어요. 후루가와상은 어떤가요?


후루카와: 지금은 전날 많이 마시면 역시 숙취가 많이 있는 편이네요. 그래서 긴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되도록 그 다음날 숙취가 덜 하도록 별로 마시지 않는 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루키: 전 태어나서 숙취나 두통, 어깨가 아프다거나 그런 것도 한 번도 없었어요. 다들 괴롭다고 하지만 전 실감해 본 적이 없어요.


후루카와: 전 전부 있네요. (웃음) 무라카미상을 보고 있으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건전한 육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루키: 맞아요. 건전한 육체에 살고 있는 불건전한 영혼. (웃음)


후루카와: 네 (웃음)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의 불건전함을 보지 못하면 역시 소설은 깊어질 수 없지요.


하루키: 바로 그거에요. 자신의 영혼의 불건전함이라고 할까, 삐뚤어진 부분, 어두운 부분, 광기를 품고 있는 부분, 소설을 쓰기 위해 그런 것을 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 웅덩이 같은 부분까지 실제로 내려가보지 않으면 안되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육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영혼의 건강하지 않은 부분을 끝까지 볼 수 없어요. 제가 배운 것은 이것 입니다. 소설가적으로 말하면, 신체가 건강하기 때문에 제 영혼도 클린(Clean)해졌습니다. 이런 건 있을 수 없지요. (웃음)


**인터뷰 첫 챕터는 소설가에게 있어 '육체와 영혼의 관계'에 대해서 말했네요. 기존 인터뷰에서 말했던 '일상과 집필 영역의 구분'에 대한 내용이 조금 상세하게 다뤄졌다는 느낌입니다. 다음 챕터는 '왜 외국으로 갔나'에 대한 내용이네요. 다음 포스팅에서 곧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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