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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秋2 옷장 속 해묵은 겨울 코트 냄새로 시작된 올 가을은. 차가운 새벽 공기가르는 가쁜 입김이 되어 흘러가고 마음 정하지 못한 머릿속은 온 계절을 유영한채. 차마. 다음 계절로 데려가지 못한다. 더보기
후유증 이상했다. 어느 곳을 혼자 다녀와도 다시 가고 싶어 죽을 정도로 그리운 마음이 하루면 없어지는데. 영화제엘 다녀오면 그 후유증 이루 말로 못한다. 왜 그럴까 진지하게 생각을 좀 해볼 정도. 그 이유를 이번에야 알 수 있었는데. 바로, 혼자 다녀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처럼 흥미진진한 일이란 것을 새삼 다시 깨닫고 큰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타인과 진심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이 것 만으로도 참 살기에 충분하다 생각해본다. 후유증 조금 더 갔으면 좋겠다. 더보기
부산 해운대를 만나는 설레임과 북적거림에 대한 그리움. 편안한 의자에서 살며시 잠들며, 알아듣지 못할 말들이 귀에 맴도는, 다방에서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같은 기분. 그리고 가을 전어. 08년 10월 피프엘 가다. 더보기
초저녁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가을 바람에 흠칫 놀라 기침을 하고 짙어진 주황빛 간판 밑 너와 나는 아쉬움에 몸서리치며 서로를 보듬는다 움츠려진 어깨는 타인을 피해 더욱 낮아지고 먼지가득한 코끝은 허기진 배 채우려 오뎅국물을 찾는다 더보기
멋진하루 멋진하루다. 하정우와 전도연의 불안하면서도 착착 감기는 연기를 봐서가 아니다. 영화 중간중간 흐르는 재즈의 편안함과 필름카메라로 찍은 듯한 서울도시풍경 때문도 아니다. 서로가 너무 궁금하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다시 만날 확신이 있기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관계의 따뜻함을 느껴서도 아니다. 난 그냥. 당신과 처음 영화를 봐서 너무나 멋진 하루다. 더보기
새벽 산보 소소한 나의 요즘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말을 건넨 녀석에게 들은 첫마디. '요즘 왜 이런거 묻는 사람이 많은거죠?' 난 대답한다. '가을이잖냐' 매미 소리가, 톤이 조금 낮은 귀뚜라미 소리로 바뀐지도 모른채 가을이 왔고. 침대에 누우면 곯아 떨어지던 내가 요며칠 새벽 동네 산보가 늘고 있다. 더보기
감기 환절기 감기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쿠훅- 마음의 감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에휴- 환절기 감기는 수면제 함량이 비교적 많다는 알약 4알을 먹었지만. 마음의 감기에 처방할 만한 약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힘들다. 더보기
충전 보통 잠으로 충전을 하거나, 독서나 커피 따위로.. 충분히 누린 휴일이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일요일 정오의 청계산 산행과 철학 부터 결혼 얘기까지의 즐거움 와인과 고추장 찍은 양파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사실. 여름 피서를 보상 받은 듯한 시원한 계곡. 삼겹살에 막걸리. 어스름이지는 국도 갓길 산보. 손에 든 폴라포와 구구콘. 이렇게 알차게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다 좋다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통하고 얘기가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한다는 것. 하루종일 이해받고 있는 듯한 기분좋음과 가벼운 발걸음. 적당한 취기는 가을이 벌써 이만큼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고마워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