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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FM과 함께 하는 무라카미 라디오가 이번달 16일 세번째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요. 지난 8월 첫방송인 '무라카미 라디오 Run&Song'은 방송을 모두 들었었는데, 10월에 방송된 2편 '가을의 깊은 밤을 무라카미 송과 함께'는 못들었었답니다. 일본내에서는 충분히 다시 듣기라던가를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해외에서는 힘들더군요. 그런데, 제 블로그 댓글로 '손님'님께서 방송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셨고, 오늘에서야 전체 듣기를 해보면서, 선곡된 곡들을 하루키 멘트와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1. <My Way>  Aretha Franklin


하루키:  첫번째 방송에서 제 장례식장에서 틀고 싶은 곡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이야기 중에 아레사 프랭클린이 불쑥 나왔었는데요. 방송 이후 그만 그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그녀의 노래 <My way>를 이번 방송에서 확실히 틀고 싶었답니다. 그녀가 대단한 가수인 이유는 이미 있는 노래를 완전히 해체시킨 후 재구성하여 완전히 다른 노래로 불러버린 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체라고해서 뭔가 설계도가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그녀의 직관에 따르게 되죠. 그런게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녀 외에 이런게 가능한 아티스트를 떠올려 보자면 재즈로 보면 빌리홀리데이, 소울로 보면 오티스레딩, 레이찰스, 기악으로는 찰리파커, 셀로니오스 몽크, 클래식으로 보면 글렌 굴드 정도가 아닐까요. 모두가 말도 안되는 천재입니다. 분명히 특수한 머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지만 그 작업에 통일된 일관성이 있죠. 보통 사람에는 없는 것입니다. 해체한 조각을 재구성하는 것이야 어느 정도의 사람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작업에 일관성이 있다라는 것은 천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레사의 아버지는 설교를 잘하기로 유명한 목사였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감탄해 버리는 훌륭한 설교를 한 사람이죠. 인권 운동가이자 목사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와도 친했다고 하네요. 설교 전에 그 장소의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아레사가 찬송을 어렸을 때 부터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노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하네요. 어쨌든 그녀에게도 일종의 설교 장소에서의 역할이 부여된 상황에서 그녀도 스스로 마음의 짐을 느꼈다고 합니다. 아레사는 노래에는 정말 능숙한 천재이지만, 마냥 편안하게 노래만 할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그점이 그녀에게는 비극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천재 싱어 위대한 아레사 프랭클린의 명복을 빕니다.  



2. <Viva Las Vegas>  Shawn Colvin


하루키: 앨비스 프레슬리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 <Viva Las Vegs>의 주제곡을 숀 콜빈이 불렀습니다. 이곡의 커버로는 브루스 스프링턴이나 ZZ탑 등 여러 가수들의 커버곡이 있는데요. 아무도 들려주지 않죠. 저는 숀 콜빈의 커버곡을 추천합니다. 현대 포크 여성 가수가 이렇게 촉촉한 음색으로 부르다니 놀랍답니다. 엘비스는 1960년 병역을 마치고, 많은 영화에 출연하는데요. 고등학생때 그의 영화를 꽤 봤었죠. 바로 그 무렵, 비틀즈가 출현하여 록 음악의 세계에서 세대 교체가 진행되는 시점이기도 했답니다. 


사실 저는, 커버송 매니아로서 다른 가수가 부른 다른 취향의 커버곡이 듣고 싶어 무심코 모아 버리게 됩니다. '커버 악마'라고 합니다. (웃음) 소설의 세계로 말하자면,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도 옛 설화를 차용하여 그의 소설로 쓰기도 하죠. 저도 일종의 트리뷰트 같은 것을 하는 일이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의 부분을 환골탈태하여 바꿔 쓰는 것이죠.  



3. <Whisky>  MAROON 5


하루키: 마룬5의 최근 앨범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든 곡이에요. 위스기. 가사를 조금 음미해 볼까요. 


'낙엽이 지는 9월. 밤의 추위가 그녀를 떨게하네. 내 겉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단단히 감싸 줘. 그녀가 키스해 주기 전, 나는 아직 아이 같아. 그녀의 키스는 마치 위스키 같아.'


멋지네요. 통과의례라는 느낌 일까요. 위스키도 키스도..



4. <サーフ・シティ> ダニー飯田とパラダイス・キング


하루키: 대니이이다와 파라다이스킹의 <퍼프시티>입니다. Jean&Din의 유명한 노래 <서프시티>의 동시대 일본어 커버곡입니다. 백코러스에 '아우우우'하는 가성이 재밌습니다. 일본어 가사도 좋은데요. 말의 느낌이 6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켜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도 가사 번역을 즐겨 하곤 합니다. 제 단편집 <밤의 거미 원숭이>에 수록된 <<아침부터 라면의 노래>>도 있지요. 



5. <Left Hand Suzuki Method>  Gorillaz 


하루키: 다음 곡은 고릴라즈입니다. 이 곡을 언제 어떻게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만, 어떤 그룹이나 가수의 신보가 나오면 우선 사고 보는 사람들이 있죠. 저에게는 그게 고릴라즈랍니다. 계속 좋아하고 있습니다. 만화 캐릭터로 하는 독특한 유머 감각이 있죠. 고릴라즈의 가상 멤버 중 한 명인 여성 일본인은 오사카 출신의 '군사 비밀 병기'로서 그녀는 기억을 제거 당한 채 항공편으로 런던으로 보내자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굉장히 긴 배경의 이야기가 있고, 앨범을 낼 때 마다 그런 이야기가 조금씩 전개되는 재밌는 밴드입니다. 이 이야기는 시작하면 끝이 없기에 언젠가 제대로 이야기 하고 싶네요. 



6. <Get Back> JAHLISA, 大西順子


하루키: 비틀즈의 <get back>의 재즈 버전 커버곡입니다. 노래는 Jahlisa와 오오니시 준코씨입니다. 아오야마의 'Body & Soul'이라는 재즈 클럽이 있는데, 그곳에 준코씨의 연주를 들으러 몇번이고 갔습니다. 피아노 뒤에 낮은 자리가 있고, 일단 연주가 시작되면 그녀의 앉아있는 하체가 굉장히 스윙을 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안면이 없어서 그냥 듣고 오곤 했는데, 여러번 계속 다니는 와중에 소개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옛시절 재즈가 뜨거웠던 그때는 재즈 영혼을 가진 사람은 일종의 타협이란게 없었답니다. 연주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영혼을 변함없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귀중한 뮤지션입니다.  그녀의 라이브에서 오자와 세이지씨와 함께 간 일화는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 이야기를 한다>에 수록되어 있답니다. 그녀의 라이브를 정말 좋아합니다. 마치 실제로 가서 듣는 것 같죠. 저도 역시 다시 재즈 클럽을 하고 싶어요. 피아노를 두고 실제 뮤지션이 연주를 할 수 있는 장소로 말이죠.  



7. <The Last Waltz (live)>  Engelbert Humperdink


하루키: 잉글버트 험퍼딩크의 라스트 왈츠입니다. 1967년에 히트한 곡이지만, 지금 들려드릴 것은 2000년 라이브 앨범입니다. 장소는 런던의 팔라디움 극장이에요. 이곡은 중간에 험퍼딩크가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백밴드도 연주를 멈추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면 관중이 합창을 시작하죠. 이 부분이 워낙 좋습니다. 관객들의 뜨거운 험퍼딩크에 대한 애정이 장내에 가득해 언제들어도 좋다라고 감탄하고 맙니다. 험퍼딩크가 한창 인기가 있던 시절 저는 청년이었는데, 저는 뭐랄까 더 뜨거운 음악이 좋았기에, 이런 엔카 풍의 노래를 별로 듣지 않았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관용이 생겼다랄까요. (웃음) 


저는 외아들이라 형제도 없었기 때문에, 옛날 부터 책과 음악과 고양이가 친구였어요. 고쿠분지에 있을 때는 정말 돈이 없어서 난방도 제대로 못했죠. 집에 고양이 2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통풍이 잘되는 집이라 겨울에는 당연히 추울 수 밖에 없는 집에서 고양이들도 상당히 추워했죠. 그래서 고양이와 얽혀 따뜻하게 자곤 했답니다.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가 인근의 친구들도 데리고 오기 때문에, 자다가 문득 깨달으면 4마리 정도는 항상 함께 잤던 것 같아요. 하지만 따뜻하게 서로 안고 잤기 때문에, 모두를 환영했죠.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답니다. 



8. <La Vie En Rose> Louis Armstrong, Jack Nicholson 


하루키: 잭니콜슨이 라비앙로제를 부릅니다. 이 노래 꽤 좋아요. 과연 그의 재주에 감탄해 버린다랄까요. 원곡 루이 암스트롱의 버전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와 잭니콜슨의 노래는 모두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OST에 모두 실려있답니다. 잭니콜슨과 다이안 키튼이 주연한 영화죠. 일본 개봉 제목은 <연애 적령기>이죠. 좋네요. 가을입니다. 



9. <Early Autumn>  Nicolas Montier And Saxomania 


하루키: 마지막 클로징 테마는 <Early Autumn> 입니다. 우디 허먼 악단의 곡으로 스탄 게츠가 절묘한 솔로로 참여했고, 1950년에 히트한 곡입니다. 여기에 프랑스의 젊은 테너 색소폰 연주자인 니콜라 몬티에가 솔로로 연주합니다. 


오늘의 마지막 DJ 멘트는 스탄 게츠의 말입니다. '내 안에 강한 스프링 같은 것이 있고, 그것이 나를 무의식적으로 완벽한 음악의 높이에 까지 날개를 달아 올려 줄거야. 그리고 그 높이 때문에 나는 인생의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 왔지." 아름다운 음악은 좋은 것이지만, 그 성취의 이면에는 종종 벼랑 끝의 위태로운 영혼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음악을 음악으로 즐길 때, 우리는 그 이면에 있는 것을 역시 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시 뵐 때 까지 안녕히 계세요.



하루키가 다시 한 번, 재즈 클럽을 다시 열고 싶다라는 말을 했네요. 최근에 나온 인터뷰나 에세이에서도 말하곤 했죠. 정말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다면, 예약제 회원 클럽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fi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ㅇㅇ 2018.12.10 17:58 신고

    이번편도 정말 순삭으로 들었어요 ㅋㅋㅋ 진짜 너무너무 재밌었다는 ㅠㅠ

  2. 부크 2018.12.13 10:35 신고

    좋네요! 따뜻한 무라카미씨 위로하는 음악들…

  3. kafka on the shore 2018.12.22 12:53 신고

    오랜만에 들렀습니다-그간 못읽은 포스팅 몰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