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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인터뷰는 하루키가 10월 참석한 뉴요커 페스티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방문하면서 진행된 인터뷰 입니다. 인터뷰 기사가 릴리즈 된 곳은 모두 3곳으로 인디펜던트, 뉴욕타임즈, 가디언지랍니다. 아마도 하루키의 뉴욕 오피스에서 언론사 초청해서 주관한 인터뷰인 것으로 보이고요. 뉴욕타임즈와 인디펜던트는 동시에 진행했고 가디언지는 따로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복되는 내용은 제하고, 하나의 포스트로 정리해볼게요. 센트럴파크를 1시간 정도 걷다가 사무실로 들어가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기사의 원문은 모두 포스트 하단에 링크 참고해주세요. *오/의역 감안 부탁드려요. 


Photograph: Murdo 


"빛에 다다르기 전에 어둠을 지나야 합니다."

-하루키 18년 10월 뉴요커 페스티벌 참석간 언론 인터뷰


Q(G): 센트럴파크 산책을 할 때 무라카미씨를 알아 본 사람이 있었는데요, 이런 일이 자주 있으시죠?


H: 네 저를 반갑게 알아봐주셔서 악수까지 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멈추게 할 때,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의아한 생각이 들어요. 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고 싶어하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어요.


Q: 이번 작품 <기사단장 죽이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셨나요?


H: 잘 모릅니다. 제 안 어딘가 깊은 곳에서 제가 고른 것이에요. 갑자기 한, 두 단락 정도를 써보고 싶었어요.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저도 몰랐죠. 그리곤 책상의 서랍에 고스란히 다시 넣어두었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일은 가만히 이야기가 저에게 다시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 뿐이에요.


Q: 그 나머지 과정도 궁금합니다.


H: 그러던 어느날, 그 이야기를 더 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들어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죠. 무엇이든 적절한 순간이라는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을 기다리면 당신에게 올 것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해요. 전 거의 40년 동안 글을 써 왔기 때문에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무라카미씨의 글쓰기 과정은 어려운 과정인가요?


H: 전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번역 작업을 한답니다. 이야기가 저에게 다가 올 때를 기다리면서 하기에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 분명히 번역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죠. 그런데 제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래서 그것은 일종의 훈련이나 육체적인 노동과도 같습니다. 또한 저는 조깅을 하고 레코드를 듣고 다림질과 같은 집안일도 해요. 전 다림질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절대 글쓰기로 부터 오는 사나워진 정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전 단지 다림질이 재밌답니다. (웃음)


Q: 무라카미씨는 본인 작품에 대한 여러 리뷰들을 읽어보시나요?


H: 아니오 읽지 않아요. 많은 작가들이 제가 이런말을 하면 믿지 않지만 전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대신 제 아내는 모든 리뷰를 읽어봅니다. 그리고 그녀는 저에게 좋지 않은 리뷰만 골라서 얘기를 해준답니다. 좋은 리뷰는 잊어버리고 나쁜 평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하곤 해요.


Q(G): 무라카미씨는 세계적으로도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계신데요. 각 나라의 어떤 정치적인 상황과 무라카미씨의 인기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H: 제 소설은 러시아의 경우 1990년대 구소련 즉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는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에 매우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저를 담당하는 사무실의 직원들이 얘기를 해줬죠. 독일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혼란스런 시기에 역시 제 소설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Q(G): 무라카미씨의 작품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뭐랄까요,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독자들에게 일종의 위로를 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잠재의식에서 나오는 초현실주의적 요소때문일까요. 


H: 그렇게 표현하면 글세요 뭔가 '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문학'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웃음) 그런데 저는 기본적으로 작가는 지성적일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해요. 2002년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는 우박과 같이 하늘에서 생선(전갱이)이 떨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왜 물고기죠? 왜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거에요?"라고 물었죠. 하지만 저는 뭐라고 답을 할게 없었어요. 저는 단지 그 장면에서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질까 궁금해 했고, 그게 무엇인지 이야기가 저 자신에게 알려줬죠. "물고기, 물고기가 떨어지는게 좋겠어"라고 말이죠. 그리고 이런 것들이 저에게 자연스레 오는 것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즉, 제가 쓴 소설을 읽을 때, 깊은 잠재 의식 속에 들어간 저와 독자가 공존하게 되죠. 우리 둘은 지하에 숨겨진 비밀 장소에서 무의식적인 만남의 장소에 모이게 됩니다. 이것은 예를들면 '상징주의' 같은 것을 분석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그것은 지식인들에게 맡길게요. 제 잠재의식은 일종의 독자와 저 사이의 통로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저는 스토리텔러가 아니라 스토리 관찰자watcher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렇듯 소설을 쓰면서 꿈을 꾸기 때문에, 밤에 거의 꿈을 꾸지 않게 된답니다. 


Q(G): 야구 경기를 보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셨다는 이야기는 이제 유명하죠.


H: 그 일요일은 정말 밝고 맑았고 거리의 나무, 건물, 상점의 윈도우에 비치는 봄의 햇살이 아름답게 반짝였던 그런 날이었어요. 그리고 몇년 후 데뷔작을 쓰고 문예지에 투고를 했죠. 전 그 순간 나는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한 작가가 되기 위해 계속 소설 쓰는 것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그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 순간 그것을 완전하게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론적인 방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직접적으로 직관적으로 말이죠.  


Q(G): 말씀하신대로 계속 성공을 겪으며 작가 생활을 하셨지만, 일본 내 평가는 녹록치 않았는데요. 


H: 전 일본 문학계에서는 골칫거리 였죠. 이단아였던거에요. 작품이 일본에 뿌리를 두었다는 감각이 없고, 미국 문화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너무 미국적이라는 평가였죠. 전 전쟁 직후 태어나 미국 문화의 큰 영향 아래 자랐어요. 저는 재즈를 듣고 미국 팝을 듣고 TV쇼를 봤죠. 그것은 다른 세계로 가는 창이었어요. 어쨌든 그러면서 저는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일본 스타일도 미국스타일도 아닌 '하루키 스타일'을 말이죠.    


Q: 무라카미씨의 작품은 대개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본인의 삶도 그런 것을 추구하시나요?


H: 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픽션을 쓸 때는 저 자신만 아는 비밀 장소로 간답니다. 제가 하는 소설을 쓰는 일은 제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에요.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 속으로 잠영을 하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답니다. 그것은 마치 우주를 탐험하는 것과 같은 일이겠지만, 여전히 당신 자신의 내부입니다. 물론 매우 위험하고 무서운 곳으로 갈 수도 있고, 그 가는길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가를 좋아하지만, 저는 그가 매직 리얼리즘으로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도 역시 현실주의자였어요. 제 스타일은 제 안경과 같습니다.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이 저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죠.


Q: 무라카미씨가 직접 본인의 작품의 근본적인 여러 질문들에 대해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H: 사람들은 항상 저에게 묻습니다. '이 문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건가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하지만 나는 전혀 설명할 수 없어요.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은유적으로 세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은유를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단지 그 형식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설은 곧 은유입니다.


Q: 계속해서 소설 쓰기와 번역 작업을 꾸준히 하시는게 놀랍습니다. 


H: 계속해서 쓰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가 육체적으로 강해야 합니다. 작가와 독자사이의 통로를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Q: <기사단장 죽이기>는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경의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무라카미씨가 10년전에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하셨죠.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의 한계에 대한 비극적인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는데, 이 소설이 무라카미씨의 신작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H: <위대한 개츠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17세, 18세 정도에 학교 밖에서 읽었고, 꿈에 관한 이야기였기에 매우 감동했었죠. 꿈이 깨졌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소설가인 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주제랍니다. 단지 그것은 아메리칸 드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모든 젊은이의 꿈, 즉 일반적인 꿈이라고 생각해요. 


Q: 끝으로 무라카미씨가 애정을 품고 있는 미국 정치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 느껴지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H: 제가 10대 였던 1960년대는 이상주의의 시대였어요. 우리는 노력만 하면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사람들은 지금은 그런 것은 믿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이 매우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제 소설이 기이하다고 해요. 그 기이함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이 존재해야 하죠. 우리가 더 나은 세계에 다다르기전에 그런 기이함, 이상함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것은 제 이야기의 근본적인 구조에요. 우리가 빛에 다다르기전, 어둠을 통과해야 합니다. 지하를 경험해야 합니다. 


*인터뷰어의 (G)표기는 가디언지의 질문으로, 서술형으로 구성된 원문을 편하게 직접 인용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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