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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의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지금의 하루키를 있게 한 인연이 깊은 매체죠, 미국 뉴요커지와 하루키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뉴요커지에 <바람의 동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단장 죽이기> 2권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단편 소설 형식으로 게재하면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심장병으로 죽은 주인공의 여동생 고미와 경험한 후지산 바람 동굴의 풍혈에 대한 이야기죠. <기사단장 죽이기>에 대한 새로운 어떤 이야기가 인터뷰에서 드러나는지 같이 보시죠.  인터뷰는 하루키가 일본어로 쓴 것을 하루키의 영문 번역가인 필립 가브리엘 교수가 번역했습니다. 


사진: https://www.famousauthors.org/haruki-murakami


루키의 '평행 현실(parallel reality)'

-뉴요커지 원문 (클릭)


Q: 이번에 뉴요커를 통해 소개된 당신의 단편 <바람의 동굴>은 곧 영문판이 출간될 <기사단장 죽이기>에 들어간 이야기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로 부터 20년이 지난 후의 주인공은 여전히 죽은 여동생고미에 대한 힘든 기억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 경험이 왜 주인공에게 계속해서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일까요?


하루키: 감정적인 상처에는 세 가지의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빠르게 잊는 사람,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 그리고 죽을 때 까지 그 상처를 가지고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남아있는 상처를 최대한 깊이 그리고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처들은 일종의 '흉터'이기 때문에, 좋고 나쁘든 상관 없이 그 사람의 삶을 정의하고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로서 효과적인 기능을 하는 소설이라면, 그 상처가 어느 부분에 있는지 정확히 찾아낼 수 있고, 그 경계를 정의하며(상처 입은 사람들이 주위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Q: 이번 단편 <바람의 동굴>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후지산 인근의 바람 동굴에서 이뤄집니다. 왜 구체적으로 후지산으로 위치를 선정하셨는지요?


하루키: 저는 항상 동굴에 매료되어 왔어요. 전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수 많은 동굴을 직접 가보았답니다. 후지산의 바람 동굴도 그 중 하나였답니다.  


Q: 주인공의 여동생인 고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로 세상에 존재한다고 얘기합니다. 이야기의 주제가 - 또한 <기사단장 죽이기> 이야기 전체도 - 실제와 비현실 사이의 구별을 모호하게 설정한 채 진행됩니다. 실제로, 이런 점은 무라카미씨의 소설 작업의 테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소설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나요?


하루키: 저는 제 자신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합니다. 소설을 쓸 때, 제가 마주한 현실과 비현실이 자연스럽게 혼합되게 마련이죠. 그것은 제가 미리 계획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 저 역시 따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현실에 대해 현실적인 방식으로 쓰려고 하면 할 수록 이 세상은 비현실적인 세계가 더 많이 나타나곤 합니다. 저에게 소설은 '파티'와 같아요. 파티에 오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오면 되고,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고 싶은 사람 또한 언제든지 자유롭게 떠나면 됩니다. 저는 소설이 이런 자유로움에서 그 원동력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Q: 고미가 바람 동굴의 토끼 구멍 같은 곳으로 더 내려가, 숨겨진 완벽하게 둥근 방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방이 무라카미씨에게 있어서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요? 또는 그녀는 실제로 다른 세계로 발을 들여 놓은 것인가요?  


하루키: 이 세계에 대한 저의 기본적인 견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바로 옆에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 우리가 알아왔던 세계와는 다른 우리와 동시에 존재하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생소한 세계가 존재한다라는 것입니다. 그 세계의 구조와 의미는 말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세계는 거기에 있습니다. 예를들면 그 세계는 번개가 우리 주변을 일순간 밝게 비춰줄 때와 같은 순간에 우연히 볼 수 있습니다. 


Q: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소설의 나머지 부분인 <기사단장 죽이기> 소설 전체의 주요한 참조점이 되었나요? 고미 처럼 무라카미씨 당신도 루이스 캐롤에 사로잡혀 있나요? 


하루키: 루이스 캐롤의 마법에 걸리지 않은 아이가 있는 곳은 이 세상에 없을 거에요. 저는 그가 묘사한 세계가 완전히 독립적이고 평행한 현실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끌렸다고 생각해요.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단지 그가 설정해 놓은 세계를 경험하면 되는 거에요. 


Q: <기사단장 죽이기> 모자르트의 <돈 조반니>,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헝가리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작품의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다른 작품으로 부터 영감을 받으시나요?  


하루키: 이번 작품 <기사단장 죽이기>의 가장 우선되는 모티브는 일본 에도 시대 후기에 쓰여진 우에다 아키나리의 <봄비 이야기> 단편집의 <이세의 인연>이랍니다. 오랜시간 저는 그 이야기를 긴 장편 소설로 확장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왔답니다. 또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경의의 표현으로 제가 모종의 역할을 할 무언가를 쓰고 싶었습니다. 


Q: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라카미씨의 이전 소설으로 부터 출발하거나, 연속된 지점을 가지고 있는 소설인가요?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는 제가 처음으로 온전히 1인칭 시점으로 오랜 기간 집필한 소설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제가 얼마나 1인칭으로 소설을 쓰는 것을 그리워했는지 절실히 느끼게 해준 작품이죠. 마치 제가 이전에 놀았던 놀이터에 돌아온 기분이었답니다. 이 소설을 쓰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소설의 모든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공들여서 채우는 작업을 즐기며 써 내려갔답니다.  


하루키가 얼마나 1인칭 소설에 애착을 보이는지 마지막 답변에서 잘 드러나네요. 짧지만, 요점만 쏙쏙 집어낸 인터뷰였습니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경의를 보내고 싶었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부분도 어린 시절 문학도로서의 하루키가 보이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일본어와 영어의 차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D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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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JH 2018.09.15 12:44 신고

    좋은 인터뷰 발췌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