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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통신/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번역에 대한 거의 모든 것' 토크 이벤트 내용 공개

CoolCider .

하루키가 2013년 교토대학교의 공개 인터뷰(하루키의 정신적 동반자였던 일본의 융 심리학자 故 가와이 하야오 학예상 제정 기념으로 진행된 공개인터뷰) 이후 4년여만에 다시 일본의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그 사이 구마모토 오징어 클럽의 활동의 일환으로 작은 서점에서 낭독회를 열기는 했었습니다만 이런 큰 규모의 공개 토크 이벤트는 오랜만이네요. 이날 하루키의 복장은 스타일리쉬한 핑크 면바지에 반팔 티셔츠와 그 위에 셔츠를 입은 아주 세련된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당일 행사장은 아마 잡지 다빈치지에서만 공개 취재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고요, 다빈치 6월호에 이번 행사에 대한 소상한 기사가 나간다고 합니다. 동시에 웹기사로 그날 행사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공개했고, 이 포스팅은 그 내용을 옮긴 것이랍니다. 행사는 약 460여명의 독자가 참여했고, 추첨으로 진행되었는데 15:1의 경쟁율이었다고 하네요. 행사는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 진행되었고, 하루키의 번역 선생님 시바타 모토유키씨와 하루키와 동향 출신이자 하루키팬이고 아쿠타가와 수상 작가이기도한 가와카미 미에코씨와의 대담도 있었답니다. 


<토크 이벤트 개최 배경>


하루키: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옷을 이렇게 입었지만) 드래곤이 아니라 무라카미입니다. 일종의 '세계 무라카미'가 되면 강연 의뢰가많습니다만, 일단 제 생업은 글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요즘은 제 자신이 나이도 들고 인간이 둥글둥글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이런 일도 하게 됩니다. (웃음) 


이번 이벤트는 제가 지금까지 70여 작품의 번역서를 정리한 <번역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책의 출판사의 제안에서 시작되었고, 그 내용을 듣고 재미있을 것 같아, 해볼까요라고 화답했답니다. 제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또 부끄럽지만,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얘기하는 것은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행사 시작전 장내에는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하는데요, 이 음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유한 5개의 ipod에 담긴 음악이 재생되었던 것이라고 하는데요. 참 괜찮은 설정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음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음악과 교통 위반에 대해>


하루키: 행사장에 울리고 있던 음악은 제 ipod에 들어있던 음악들입니다. 전 모두 5개의 ipod를 가지고 있는데요. 2개는 달리기용이고, 1개는 가나가와 집과 도쿄 사무실을 왕래할 때 드라이브 음악이고, 1개는 재즈 전용 그리고 마지막 1개는 비행기 안에서 듣는 클래식 음악용이랍니다.  ipod음악은 전부 제가 가지고 있는 cd에서 추출한 음원들인데, 뭐 잘도 그런 틈이 있었구나라고 스스로도 감탄하곤 합니다. (웃음)


운전 중에는 아무래도 음악에 심취하게 되면 그만 속도를 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교통 경찰관에 걸리기도 하죠. 그렇게 교통 위반 점수가 쌓이다보니 굉장히 재미있는 강습을 받기도 했답니다. 바로 오늘 오후에 사회 봉사가 있었답니다. 바로 신요코하마역 근처의 교차로에서 깃발을 들고 서 있다가 왔답니다. (웃음) 


교통 위반 단속을 걸리게 되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직업이랍니다. 그럼 저는 자유업입니다라고 대답하죠. 그랬더니 단속 경찰이 아 작가시군요라고 간파하더군요. 언젠가 요요기공원 앞의 젊은 여성 경찰관에게 단속되었을 때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직업이 자유업이 아니라 레스토랑 경영이라고 한 경우도 있었답니다. (웃음)


행사 당일 오후 스케쥴이 교통 위반에 따른 사회 봉사였다니 행사장의 독자들도 모두 술렁이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참 의외의 모습이네요. 저도 한참 웃었습니다. 이어지는 본격적인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들어보시죠.


<번역 작업에 대해>


하루키: 지금까지 제가 번역한 소설을 책장에서 하나 둘 꺼내어 쌓아본 적이 있는데 그 양이 꽤나 되어 놀랐던 적이 있어요. 이렇게 많은 외국 작품을 번역한 이유에 대해 물으시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돈이 부족해서의 이유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자신의 취미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건 볼링 애호가가 자연스럽게 볼링장으로 발길을 향하고 볼링을 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번역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또한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닙니다. 대학 때에도 학업 보다는 신주쿠의 재즈바를 어슬렁 거렸고, 단지 고등학생때 부터 미국 문학을 접하게 되면서 번역을 조금씩 해오던 습관을 들인게 그게 전부랍니다.  쓸데없이 랄까 미국 문학을 많이 읽어오면서 번역의 기술에 제 몸에 익혀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체계적이라기 보다는 제 자신에 맞는 번역 스타일이 시간을 두고 조금씩 정리되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완성형에 가까워 진 것으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루키: 제가 번역 스승으로 모시는 시바타 모토유키씨에게 배운 것은 바로 '정확성'입니다. 원문을 가능한 한 일본어로 원문의 톤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따라서 텍스트를 철저하게 잘게 세분화해서 번역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이런 '당연한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소설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하겠지만, 번역은 최대한 제 자존심을 죽여 주어진 제약 속에서 자신을 겸허하고 컴팩트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이 작업은 저의 본업인 소설을 쓰는 데에 있어 매우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답니다. 제 자신 안에 있는 흐름을 자유자재로 나아가는 '소설 모드'와 주어진 흐름 속에 자신을 충실하게 적용 시켜나가는 '번역 모드'라는 상반된 작업을 교대로 35년간 기분 좋은 리듬으로 함께 진행해 왔던거죠. 이를테면 정신의 혈액 순환이 좋아졌다라는 느낌일 수도 있겠네요. 


또한 '궁극의 숙독'을 통해 선배 작가의 문장을 섬세하게 확인해나가며 그 문장 옆에 세로로 고쳐나가는 소중한 공부가 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문장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소중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선배 작가들이 당시 세상을 보는 시각에서 '문학 연금술'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 때문인지 번역을 통해 배울게 아직도 무궁무진하답니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우물 안 개구리 처럼 좁은 장소에서 고정된 시스템에 자신도 모르게 묘하게 침잠해 버리는 것입니다. 눈을 더 바깥으로 돌려 더 넓은 곳으로 자신의 위치를 옮겨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번역은 밖으로 열린 창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하루키가 번역한 주요 작품과 최신작 <기사단장 살인>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베이시스트 빌크로우의 <재즈 에넥도트>, 트루먼 카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레이먼드 챈들러 <롱 굿바이>를 낭독했네요. 그밖에 가와카미 미에코씨와의 교차 낭독 시간도 있었고요. 두 작가 사이의 심층 인터뷰 집인 <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출간도 안내했네요. 포스팅의 마지막으로 하루키가 말하는 번역의 규칙과 그에 대한 시바타 모토유키씨의 첨언도 함께 들어보시죠.


하루키: 먼저 영어 원문을 일본어로 1차 옮깁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몇 번 거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에는 영어를 완전히 숨겨 버리죠. 일본어만 보이게 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제 글이라는 생각으로 고쳐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원문은 잊지 않고 말은 계속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 결과 아무래도 원문 보다 번역문이 길어져 버리는 것이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시바타 모토유키: 이렇게 거의 완벽헤 가깝게 혹은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원문을 번역하는 하루키씨는 모든 번역가가 겪는 실수도 역시 하게 되는데요. 아주 간단한 곳에서 실수가 나타나게 됩니다. 간과 신장을 잘못 번역한다거나 숫자도 자주 실수하죠. (웃음)


(중략)


하루키: 시바타씨는 교수시니까 아무래도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확한 단어로 직역하는 것 보다는 원래 의미에서 조금 벗어나있는 단어도 전체 문장으로 보면 좋다고 생각이 들면 그쪽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눈으로 본 느낌대로 전체 번역 소설의 레이아웃을 짠다는 느낌일까요. 정확도로 말하자면 시바타씨의 번역이 더 정확한 것은 사실입니다.


시바타 모토유키: 문장 단위로 볼 때는 당연히 정확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입니다. 하지만 문장의 의미를 변질 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단어 단위의 정확성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미로 따지자면 무라카미씨의 번역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빈치 6월호를 구입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하루키인터뷰집인 <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도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매우 궁금해지네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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