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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2008년 버클리 대학 강연 직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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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2008년 미국 UC 버클리 대학의 5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본어 연구 센터에서 마련된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영어로 얘기를 진행하며, 작품을 낭독하고 질의 응답 시간을 갖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약 2천여명의 학생들은 물론 주변의 주민들까지 참석한 행사였다고 합니다. (당시 강연의 내용은 아쉽게 찾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 행사가 끝난 후, SFGATE란 샌프란시스코 지역지에서 강연이 끝나고 요코여사와 함께 이동 중인 하루키를 뒤쫓아가(caught up) 따낸 인터뷰를 기사화했습니다.   


photo: http://bookmania.me/post/107930885247/happy-birthday-haruki-murakami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엇에 대해 이야기 할까?

-하루키 2008년 샌프란시스코 SFGATE 인터뷰 (원문 클릭)


SFGATE: 얼마전 첫번째 회고록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출간하셨는데요. 어떤 연유로 이번 회고록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전 그냥 달리기에 대해 무언가 쓰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어요. 그런데 저에게 있어 달리기에 관해 쓰는 것은 바로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얘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저에게 있어 '달리기'와 '글쓰기'는 병행(parallel)되는 성질인거죠.  


SFGATE: 전 세계 수 많은 독자들이 무라카미씨의 작업에 열광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독자들을 움직이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음, 저에게 커다란 질문이네요. 전 소설이라는 것이 저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 스스로에 대해 표현하고 싶을 때,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하는데요. 저에게 있어서 그것은 '상상력'이 아니에요. 그것은 '단지 보는' (just wacthing) 방법일 뿐이에요. 이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당신은 의도적으로 꿈을 꾸어야 해요. 대부분의 사람은 실제로 자고 있을 때 꿈을 꾸기 마련이죠. 그러나 작가라면 의도적으로 깨어 있는 동안에도 꿈을 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 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꿈을 꾸기 위해 책상에 앉는 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서너시간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오후에 달리기를 한답니다. 꿈은 다음날 같은 시간에 다시 시작되죠. 잠들어있는 동안은 그럴 수 없죠. 꿈을 멈추기 시작하면 그건 그대로 영원히 끝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같은 꿈을 계속 꿀 수도 없어요. 그러나 당신이 작가라면 그렇게 할 수 있죠. 이것이야말로 깨어있는 동안 꿈을 꾸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SFGATE: 부모님 두 분 모두 문학 교사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루키: 네, 제가 태어난 직후 어머니는 교사를 그만 두셨지만, 두 분 다 문학교사셨어요. 올해 아버지는 90세의 나이로 돌아가셨고요. 장례식에 100여명의 학생들이 왔는데요. 그들 모두 아버지가 좋은 교사였다고 말했습니다. 전 물론 아버지의 학생이 아니어서 그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SFGATE: 작가로서 무라카미씨는 무엇이 기존 일본 문학과는 다른 노선을 걷도록 했을까요? 


하루키: 전 일본 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답니다. 아버지가 일본 문학 교사였기 때문에 전 단순히 다른 무언가를 읽고 또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 카프카와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를 읽었고 그 작가들에 푹 빠지게 되었죠. 도스토예프스키는 여전히 제 영웅이에요. 


SFGATE: 무라카미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지금 세계에 뭔가 좋지 않은 쪽으로 움직이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하루키: 전 역사는 집단의 기억(collective memories)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쓸 때는, 제가 가지고 있던 기억을 사용하고, 제 안의 별도의 기억을 사용합니다. 전 역사에 관한 책을 읽기를 즐긴답니다.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에 대해 관심이 많죠. 전 전쟁이 끝난 1949년에 태어났지만, 작가로서 그 전쟁에 대한 어떤 종류의 책임 의식이 제 안에 있다는 것을 느낀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은 제가 전쟁 후 세대이기 때문에 전쟁에 관한 그 어떤 책임의식이 없다고 얘기해요. 위안부 문제나 난징 대학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없다고 말이죠. 전 분명히 그런 전쟁 중에 일어난 잔혹한 일들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답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에 대해 책임을 져야해요. 물론 제가 소설가로서 하는 작업은 사실적인 스타일로 진행되진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은 사실적으로 볼 수 있죠.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해요.


SFGATE: 무라카미씨는 미국 정치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으신가요?


하루키: 네, 미국의 정치 상황은 다른 나라에 크나큰 영향을 줍니다. 때때로 전 9.11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세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궁금합니다. 


SFGATE: 9.11이 없었다면 어떤 세계를 그리고 계신가요? 


하루키: 아마 엘고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침공도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벌어지는 미래에 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9.11은 저에게 너무나 비현실적이었어요. 비행기가 빌딩으로 그대로 돌진하는 장면은 계속해서 제 머릿 속에 남아 있을 겁니다. 제가 마치 들어가면 안되는 세계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전, 독자들이 제 소설을 읽을 때에도 위와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에 얽매여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매일 글을 쓰기 위해 하는 일이에요. 어두운 방으로 걸어나가죠. 제 마음속 비밀의 문이랍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지만 당장은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르죠. 그 어두움 속을 제가 보고 묘사하고 다시 이 세계로 나오게 됩니다. 제 직업이 바로 그안에서 본 것을 써 내려가는 일이랍니다. 전 단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관찰자 일 뿐이에요.


이상 2008년 하루키의 미국 버클리 대학 강연 직후 인터뷰였습니다. 소설가로의 인터뷰라기 보다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유명인에 대한 인터뷰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하루키의 정치적인 소신과 그동안에도 많이 언급이 되었던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한 내용이 적절히 분배되어 있는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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