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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는 2011년 6월 카탈로니아 국제상 수상 연설에 이어 강력한 하루키의 핵 개발 반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입니다. 전문은 아니지만 (사실 이 전문을 찾다가 못찾고 이 인터뷰 원문을 소개한 잡지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카탈로니아상을 수상하고 5개월 뒤 오스트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입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의 리포트 기획의 일환이었으며, 하루키의 요청으로 일본어편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하루키의 요청에 대해서는 판단 보류 하겠습니다.) 읽기 편하게 모두 인터뷰 대화로 재구성했습니다. 기사에도 절반 정도는 하루키의 말을 직접 인용했답니다.  


*인터뷰를 읽기전에 아래 두 포스팅을 읽어 두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 하루키 2011년 카탈로니아 국제상 수상 연설 '비현실적 몽상가'

 2) 하루키 2009년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벽과 달걀'


photo: nytime.com


"이번 만큼은 마음 속의 분노를 표출해도 좋다"

하루키 2011년 11월 오스트리아 인터뷰

출처: alterna.co.jp


Q1: 카탈로니아상 수상 연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핵개발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메세지와 함께 크나큰 자연재앙에 상처를 입은 자국민들을 독려하는 멋진 연설이었어요. 


하루키: 일본은 3.11 동일본 지진 이후 기로에 서있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껏 이렇다 할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죠. 그래서 국제상 수상 연설에서 얘기를 하게 된거고요. 대부분의 예술가와 지식인 그리고 국민의 대부분이 원하는 대로 저 역시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핵개발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정치가는 없죠. 전 도저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안전성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 국민들은 한 순간에 그 자신감을 잃어 버렸죠. 국민 전체가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바뀌길 바라는 사람이 많지만 그에 대한 리더쉽을 가진 정치인은 없습니다. 


Q2: 무라카미씨 연설에서는 어느 정도 희망이 보였는데,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 절망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하루키: 변화하기 위해 첫번째로 선행되어야 할 일은 원전 사고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점입니다. 도쿄 전력의 사장을 비롯한 몇몇은 정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이상하게 일본의 검찰을 그 누구도 형사 고발을 하고 있지 않죠.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요. 일단 이 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많이 잘못되어 있어요. 사고를 낸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사업 책임자를 기소하지 않는 나라도 처참하다고라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Q3: 또 다른 문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하루키: 도쿄 전력 사장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첫번째 사실을 포함해, 현재 일본에는 큰 3가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두번째는 국민 투표제도를 활용해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는 점이고, 세번째가 녹색당이 없는 겁니다. (역주: 녹색당은 12년 7월에 창당되었습니다.) 시민 운동이 작용하는 것처럼 국민 투표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국민투표가 진행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전에 반대하는 쪽에 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역주: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원전 가동에 대한 국민 투표를 실시했고, 결과 97% 반대. 최근 대만에서는 공사를 마쳐 가동을 앞둔 원전 시설을 봉인하고, 가동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그럴 힘이 없어요. 정치인들과 싸울 힘이 없다는 겁니다. 


Q4: 어떤 것이 일본 정치인들을 움직이지 못하는 걸까요? 


하루키: 솔직히 기본적으로 지도력이 부족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가 카탈로니아에서 연설을 하고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도 그것에 대해 어떤 방향성 제시나 자그마한 움직임도 볼 수 없어요. 정치력 부족입니다. 그랜드 플랜을 보여 줄 사람이 없어요. 국민 투표제도가 무용지물이고, 국민의 그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없는 것은 원전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린 후쿠시마의 사람들에게 불행한 일이에요. 


Q5: 일본 국민들이 무라카미씨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는지 어떻게 아셨나요?


하루키: 음. 6월 카탈로니아 수상 연설 내용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그리고 그들의 지인들 모두 제 연설에 지지를 해주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일본 내에서도 원전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믿습니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많이 있겠죠. 웹상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올리는 사람들은 사고와 관련된 관계자들의 생각이라는 얘기도 들었고요. 일본인의 강하고 근면한 기질을 바탕으로 원전은 없앨 수 있다고 믿어요. 이 믿음은 일본의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개발,기술력에 근거하는 게 아니에요. 일본 특유의 국민적 기질에 있다고 봐요. 일단 국가의 목표가 정해지면, 모두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합니다. 무언가가 결정되면 전원 준수하려고 노력하죠. 만약 원자력 철폐가 정해지면 모두가 절대적으로 노력하고 그 실현에 협력하고 자신의 전력 소비도 기꺼이 줄이게 될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식으로 어떤 '목표'를 결정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일본인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하지만 10만명 이상이 자신의 터전에서 쫓기듯 나와 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죠. 이번 원전 사고 만큼은 일본인 모두가 분노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6: 무라카미씨의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하루키: 또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원전이 계속해서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역주: 카탈로니아상 연설에도 같은 언급이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원자력의 폐해는 숨긴 채, 좋은 점만을 교육시키는 일종의 정보 조작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죠. 일례로 '철완 아톰'을 들고 싶어요. 철완 아톰은 직역하면 원자력의 힘을 지닌 팔을 가진 철로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 소년이에요. 원자력 덕분에 슈퍼 파워를 가지고 악당을 물리칩니다. 이 영웅에 의해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침투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테즈카 오사무씨의 만화인 아톰이 연재가 시작된 것은 전후 7년이 지난 1952년이에요. 한편, 일본 원자력 연구 개발 예산은 그로 부터 2년 후인 1955년에 국회에 제출되어 원자력 기본법이 성립되었죠. 테즈카씨의 의도가 어떠했는지 그건 잘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철완 아톰은 일본 원전 추진에 일조하게 되어버린거죠. 


Q7: 과연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키: 또하나 중요한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 주둔한 미군에 의해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가 그것이죠. (역주: 이는 올 초 아베 총리에 의해 공식화 되었죠.) 이는 일본이 현재 가지고 있는 헌법상 핵무기에 반대하고 제조, 소지, 배치를 포기한다는 조항에 위배되는 겁니다. 위선이죠. 미군이 일본내 기지에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누구도 문제시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 마냥 행동하죠. 오랫동안 헌법 제 9조는 평화 조항이라고 특별하게 불려오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텐데 말이죠.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핵무기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했기 때문에 내용 없는 평화 헌법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헌법 9조가 물에 희석되듯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요.


Q8: 이런 강력한 메세지는 지금까지의 무라카미씨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09년도 자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상 수상연설에서 '벽과 달걀'이라는 제목으로 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을 비판한 것 이상의 강도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작가로서의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하루키: 제 본업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 어떤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제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발언이 비교적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볼 때, 말씀하신대로 비교적 많이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 저 본인이 제 의견을 제대로 말하고 싶습니다.  


Q9: 무라카미씨의 와세다 대학 시절은 전공투 운동이 크게 일어난 시기였는데요. 


하루키: 당시 19,20세에는 매우 이상적이었다고 기억해요. 저 역시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우리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 그것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당시는 참 순진했죠. 그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더 이상은 그 이상향을 믿지 않게 되었죠. 당시의 이상주의는 감상적인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에요. 지금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그런 이상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적어도 전공투와 같은 대규모 운동은 없었죠. 제 세대에는 이런 이상주의가 존재했다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미 4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요. 그런데 그 시기가 지금 다시 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네요. 


Q10: <1Q84>를 끝내시고 휴식기를 보내고 계신 줄로 아는데요. 다음 작품 구상은 있으신가요?


하루키: 글세요. (역주: 하루키는 이 인터뷰 3개월 뒤 <다자키 쓰쿠루>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원전 사고 자체를 그리는 것보다는 더 내적인 것, 심리적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일본인이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을 때마다 그것에 부합하는 소설을 쓰지 않으면 안된 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10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지난 5월 교토대 강연에서 얘기했듯이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3.11 이후 내적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을 보듬는 작업이라는 언급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작품을 쓰기 3개월 전 인터뷰를 보니 하루키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쓰쿠루(만들다)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자라는 메세지라고 하면 무리일까요. 철완 아톰에 대한 의문 제기는 저도 꽤나 신선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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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꾸다 2015.10.23 17:53 신고

    하루키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리네요...

    다자키 쓰쿠루를 읽고, 이상하게 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문득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인터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