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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신작 <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독일 출간에 맞춰, 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와 하루키의 하와이 대학 사무실에서 갖은 인터뷰에요. 인터뷰어가 하루키 덕에 하와이 여행을 했다며 즐겁게 인터뷰가 시작 됩니다. 직전 인터뷰 포스팅은 같은 매체와의 2001년 인터뷰로 제가 최신 인터뷰로 잘못 알고 포스팅했네요. 덕분에 하루키의 과거 인터뷰를 하나 발굴해 기쁘긴 하지만요..:D 오역 감안해주시고요. 시작합니다.


by AGI


"거기에 존재하는 현실이 전부가 아니다"


독일 일간지 Die Zeit 하루키 인터뷰(2014.1.14)

*Die Zeit 인터뷰 원문


Zeit: 무라카미씨의 이번 소설 <다자카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하, <다자키 쓰쿠루>)는 현실 세계를 묘사한 리얼리즘 소설인데요. 무라카미씨는 많은 소설에서 패러럴 월드를 그리고 있죠. 고양이가 사람 처럼 행동을 하는 등의 묘사도 많이 등장하고요.


하루키: 네. 그래서 이번에 리얼리즘으로 써내려간 신작에 대해 실망한 독자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들은 현실 이외의 것들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독자들이죠. 하지만 펜을 든 순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정확하게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이라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 지금의 현실을 그리는 것이 과연 정말 리얼리즘 소설인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듭니다. 이미 현실은 뒤틀려져 있지 않나요?


Zeit: 신작 소설엔 손가락이 6개인 여자가 피아노를 치고, 주인공들은 각자의 이름에 담겨진 색깔로 운명이 갈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 한명은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으로 목숨을 잃죠.


하루키: 저도 누가 그녀를 살해했는지 알 수 없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것은 '살인'이 이 소설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뿐이었어요. 제 장편이든 단편이든 항상 판타지 요소를 포함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쓸 때는 항상 똑같아요.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죠. 어떤 기운을 느꼈다고 할까요. 다른 세계로 부터 받는 메세지와 같은거요.


Zeit: 언제 부터 그런 메세지를 느끼셨나요?


하루키: 그 메세지를 처음 느낀 것은 <양을 쫓는 모험>을 집필했을 때에요. 30년도 넘은 일이죠. 책상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창조물이 제 앞에 나타났어요. 양 사나이였죠. 그는 다른 세계에서 온 거에요. 전 그가 누군지 몰라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도요. 그러나 전 제가 그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아요. 그는 저를 위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었고, 난 그것을 책 속에 글로 묘사했죠.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의 전부 였습니다. 


Zeit: 종교는 있으신가요?


하루키: 아니요. 종교는 없습니다. 전 오직 상상만을 믿어요. 물론 그것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도요. 현실 세계와 비현실 세계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면서 동시에 존재합니다. 때때로 섞이기도 하죠. 제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면 이 현실과 비현실의 측면을 서로 바꾸어 집중할 수도 있어요. 전 양 측면을 오고 갈 수 있는 거죠. 그런일이 제 문학 작품에서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제 이야기는 한 쪽면에서 진행되지만, 때론 다른 쪽으로 가기도 하죠. 다른쪽으로 갔다는 사실을 집필 중에는 알아차리지 못해요.  


Zeit: 그렇게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학적인 심령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루키: 그런 일들은 소설을 집필 할 때 일어나는 일이에요. 제 상상 속에서 그런 양사나이와 같은 초자연적 존재와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영매를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만들고, 독자들에게 그 경험을 말해 줄 수 있게 되는거죠. 이것은 유니콘, 양, 코끼리, 고양이 뿐만 아니라 어둠과 음악 같은 것도 영매의 역할을 할 수 있는거에요. 이것들은 모두 글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줍니다.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 같은거죠. 그 영매들은 제가 그들을 찾을 때만 제외하고 제게 다가 옵니다. 평소 그것들을 염두해 둘 수는 있죠.


Zeit: 또한 무라카미씨는 그들이 마치 그들의 시대에 있는 것 처럼 묘사를 합니다.


하루키: 때때로 전 선사시대의 이야기꾼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람들은 동굴 안에 갇혀 있고요. 동굴 밖에서는 비가 내립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몇 개의 이야기를 풀어내죠. 제 주위에는 어둠이 있고, 동시에 수많은 영매들이 있어요. 전 그것들을 붙잡아 두어야 합니다. 그것들은 제 주위에 언제까지나 존재하고 있답니다.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해요. 전 전문적인 이야기꾼이지만, 그런것을 떠나 가능한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동굴 속 생활은 꽤 비참한 것이지만, 제 직업은 그 동굴 속의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통해 비참한 삶을 잊게 하는 거에요. 이를 위해서 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 시켜 왔어요. 비록 모든 독자들에게 그 기술이 전달된 것은 아닐테지만, 그 기술은 이야기를 통하고 통해서 좋은 이야기로 발전됩니다. 


Zeit: 어떻게 기술을 개발 할 수 있었나요?


하루키: 배운 것은 아니에요. 쓰고 또 계속 써가면서 좀더 심각해지고 집중하게 되는거죠. 그러면서 제 글쓰는 기술은 자체적으로 발전되어 온거라고 볼 수 있어요.


Zeit: <양을 쫓는 모험>을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초자연적인 등장인물 뿐 아니라 줄 담배를 피워대는 탐정도 등장합니다. 그것은 탐정 스릴러의 전통인 레이먼드 챈들러나 코난 도일 같은 느낌도 나죠. 무라카미씨는 일본 작가임에도 말이죠.


하루키: 제 부모님은 일본 문학 선생님이었어요. 아마 그 사실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 거부감으로 유난히 외국 문학을 많이 접했던 것 같아요. 도스토프예스키, 프란츠 카프카, 톨스토이, 디킨스 등 말이죠. 그리고 많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을 하기도 했죠.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카버, 레이먼드 챈들러까지도요. 그렇지만 전 일본 작가에요. 저의 작가 생활의 근원은 일본 땅에 뿌리 박혀 있어요.


Zeit: 일본에서 무라카미씨는 반애국적인 작가라고 인식되고 있지 않으신가요? 서구화된 스타일로 비난을 받기도 하시는 걸로 알고있는데요.


하루키: 그건 터무니 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전 문학에 있어서 어떤 확실하게 규정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미시마 유키오 같은 확실한 무언가가 없을 수 있어요. 전 그런 규정되어 있는 것들에는 일종의 알레르기 같은 거부 반응이 있습니다.


Zeit: 위 두 작가는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그들의 문학 인생을 마쳤는데요. 일본인들은 그런 죽음을 통해 바라는 확고한 무언가가 있는것일까요?


하루키: 제 주위에도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몇몇 친구들이 있어요. 매우 슬픈일이죠.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렇게 할 각자의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양 보다 일본에서 자살이 더 많은 이유는 자신의 죄를 자살을 통해 부처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것으로도 여겨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또한 어떤 이들은 자살이라는 행위가 완벽한 미(beauty)를 추구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하고 말이죠. 이런 사실은 저를 완벽하게 외국인으로 만들어 버리죠. 전 제가 쓸 수 있는 한 계속 살고 싶으니까 말이에요.


Zeit: 무라카미씨는 펜을 들어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시나요?


하루키: 글을 쓰는 것은 저에게 삶의 의미라고 할 수 있어요. 글을 씀으로 해서 제 삶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되었죠. 제 책상에는 클락 켄트를 부를 수 있는 전화기가 있어요. 그를 부르면 그가 제 안으로 들어와서 전 슈퍼맨이 됩니다. 글을 쓸 때는 제가 원하는 무엇이든 쓸 수있죠. 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요. 상상하는 것 모두를 쓸 수 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 지구까지 구할 수 있게되요. 그러나 제가 책상을 떠나게 되면 클락 켄트는 다시 돌아가죠. 당신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전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랍니다. 좋은 남편이고, 누구에게도 소리치지 않고, 밖에서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죠. (웃음) 물론, 이런 평범한 생활이 소설 속에서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하죠. 그러나 달리고 있을 때, 요리를 할 때, 해변가에 누워 있을 때에 제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Zeit: 하와이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하루키: 여기 하와이에선 조금 지루하네요. 하지만, 미국 같이 지루한 나라에 살고 있을 때는 외로움을 느끼거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기분이 들죠. 그러면 스스로 독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러나 일본의 경우엔, 너무 쉽게 눈에 띄게 되죠. 사람들은 어떤 논쟁에 대해서 저의 입장을 듣고 싶어하죠. TV에는 절대 출연하지 않지만,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기도 하고요. 그럼 그 자리에서 전 매우 지쳐버리곤 해요. 일본을 떠나 있을 때 훨씬 자유로운 생활과 생각이 가능해요.


Zeit: 계속 하와이에서 살 생각인가요?


하루키: 7년 전에 호놀룰루에 집을 마련했어요. 전쟁 전에 지어진 아름다운 고택이죠. 지금은 이곳에 지내면서 두 달에 한 번 건강에 문제가 있으신 90세의 어머니를 뵙기 위해 일본으로 들어간답니다. 1년 중에 하와이에 8달, 도쿄에 4달을 보낸 셈이네요. 그런데 내년 부터는 이 비율이 반대로 될 거에요. 하와이 대학과 체결했던 연구 계약이 끝나고, 영주권 비자도 11월이면 끝나거든요. 이런면에서 미국은 참 엄격해요.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내가 테러리스트 처럼 생겼나?' (웃음)


Zeit: 신작 <다자키 쓰쿠루>에서는 핀란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곳에 가보신 적이 있으세요?


하루키: 80년대에 한 번 가봤어요. 하지만 거의 기억이 나지 않죠. (웃음) 그래서 소설을 끝내고  다시 한 번 다녀왔습니다. 매우 예쁜 나라에요. 


Zeit: 소설을 쓰기 전 자료조사는 안하시나요?


하루키: 전 사전 조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상상력을 제한 시키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상해요. 머리속으로 핀란드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다시 핀란드를 갔을 때, 제가 소설 속에서 묘사한 것이 정확하게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일종의 데자뷰 같은 경험이었어요. <해변의 카프카>를 썼을 때에도 다카마쓰라는 도시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채, 그 도시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그렸어요. 해변과 바위 등 모든 것들을 제 상상 속에서 만들어 냈어요. <태엽감는새>에서 묘사한 몽골도 마찬가지고요. 상상으로 하는 작업은 실제로 보는 이미지 보다 더 강합니다. 아, 물론 조금은 위키피디아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웃음) 


Zeit: 무라카미씨가 그리는 주인공들은 대개 고독한 유형의 사람들이죠. 무라카미씨도 그런가요?


하루키: 전 외아들로 자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들과 대화를 하며 자랐어요. 저에게 외로움은 독립을 의미합니다. 전 어렸을 때 부터 저 스스로에게 제 삶을 모두 맡겼어요. 


Zeit: 무라카미씨는 고통을 겪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루키: 글세요. 우울, 불안, 모순에 대해서는 종종 느끼기도 하는걸요. 


Zeit: 그런가요? 그것들은 모두 치료 방법이 있죠. 예를 들면 정신학적으로 라든지.


하루키: 아. 전 괜찮아요. 그렇게 심각한건 아니에요. (웃음) 여전히 전 잘 쓸 수 있답니다. 만약 제가 불안감을 느낀다면 전 짧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거에요. 전 이미 제 안의 문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치료법을 가지고 있는걸요. 제가 쓰는 이야기들의 시작은 꽤나 우울합니다. 그러나 주인공들로 하여금 그들 각자의 삶 속에서 그것들을 해결해 나가도록 작가인 제가 일종의 관리를 하게 되죠. 그것들은 실제 제 삶에서 조차 겪어 보지 못한 것들이에요. 마치 이중인격자 같죠. 비디오 게임의 프로그래머는 누가 이 게임을 플레이 할 지 알 수 없죠.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누가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어요. 상대의 체스말이 어디로 움직일지 예상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이건 조울증 환자의 정신분열적인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제가 책상에서 일어나는 순간 좀 더 나은 기분으로 돌아와요. 글을 쓰는 행위는 저로 하여금 제가 느끼는 슬픔의 종류에서 절 치료해 줍니다.


Zeit: 무라카미씨는 자면서 꾼 꿈을 기억하나요?


하루키: 전 깨어있을 때 더 많은 꿈을 꿔요. 전 잠을 잘 때는 꿈을 꾸지 않아요. 아, 정말이에요. 전 마치 돌처럼 잠을 잡니다.


Zeit: 오늘도 달리기를 하셨나요?


하루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일 달려요. 지난 일요일 호놀룰루 마라톤에 참가했죠. 그래서 이번주는 쉬고 있어요. 하지만 평소에는 매일 달립니다. 4시에 일어나 5시간 정도 작업을 하고요. 그 이후에 달리죠. 수영도 하고요. 때론 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하기도 해요. 그리곤 10시가 되면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하죠. 


Zeit: 무라카미씨는 이제 65세신데요. 굳이 이 모든걸 계속해야하나요?


하루키: 사실, 전 피지컬한 사람은 아니에요. 건강하기 때문에 스포츠도 많이 하지 않죠. 이건 좀더 형이상학적인 메카니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제 몸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어요. 제 정신과 마음이 제 몸으로 부터 탈출하면 좋겠어요. 바로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겁니다. 모든건 몸이 건실하게 유지되어야만 가능한거죠. 몸은 사원(temple)과도 같아요. 내 자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에서 말이에요. 전 글을 쓸 때 종종 돌벽에 둘려 쌓여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 벽을 깨불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것만이 돌벽 밖으로 나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Zeit: 무라카미씨 소설의 주인공들은 일상적인 평범한 삶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요. 화장실과 주방에서 집안일을 하고 이런일들이 무미건조하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마치 과도현실(가상현실, 현실복제)을 통해 판타스틱한 세계로 들어가는 전 단계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하루키: 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살고 있어요. 전 매일매일을 일상의 드럼 비트에 의해 살고 있어요. 전 씻고, 요리를 하고, 다림질을 하면서요. 전 이런 일들을 할 때를 좋아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이런 일들에 집중하느라 잡념이 생기기 않게 되요. 이렇게 조용하게 비어있는 상태가 되어야 무언가를 새롭게 생각해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거죠.


Zeit: 그 얘기는 불교의 정신적인 의례인 명상의 한 방법 같기도 한데요?


하루키: 당신은 선(禅)의 수행을 아는군요. 그건 확실히 저도 알아차리지 못한 일본의 전통적인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바닥은 내리는 비를 받아내죠. 하지만 그것을 보면서 좀더 일반적인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겁니다.  


Zeit: 무라카미씨 소설 속에는 외로운 혼자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등장인물들 주위에서 벌어지는 세계가 그려집니다.


하루키: 혼자라는 것. 독립되어 있다는 건 저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에요. 아마도 그것은 일본의 그룹, 단체 문화에서 오는 통찰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저는 단련하는 것을 좋아해요. 이건 완벽하게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따라서 제 주인공들은 단체나 회사에 속해있지 않아요. 당신이 얘기했듯, 전 일본 전통 문화의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았고 일본 독자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일본 작가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1990년대에 국제적으로도 성공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대형 시스템이 붕괴되고, 거대한 불확실한 일들이 벌어지죠. 이런 상황 속에서 개개인은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고 요구받는 긴급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 작가로서 그런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을 할 수있도록 독자들에게 롤 모델이 되어왔다고 생각합니다.


Zeit: 무라카미씨는 모럴리스트인가요?


하루키: 이야기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 나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Zeit: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30대이죠. 그리고 그 나이는 무라카미씨가 도쿄에서 재즈카페를 하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나이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때 무라카미씨는 담배를 끊고, 달리기를 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주인공들은 왜 계속해서 당신의 나이를 따라가지 않고 30대에 머물러 있을까요?


하루키: 글세요. 전 제가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글을 쓸 때는 제 나이에 대해 잊게 됩니다. 더 적절한 답변은 없을 것 같네요. 아마 전 자녀가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당신이 주인공들의 나이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하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주인공들은 많은 부분 그 연령대에 대해 뚜렷하게 묘사되는 일이 많지는 않아요. 전 얼마전 50대의 남자가 등장하는 새 단편도 썼는걸요. 저에겐 큰 도전이었지만요. 전 이제 모든 연령대의 인물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Zeit: 무라카미씨의 여성 캐릭터는 매우 아름답고 이상적이에요. 소설을 쓰면서 무라카미씨 스스로 사랑에 빠지기도 할 것 같은데요.


하루키: 전 강한 여성이 좋아요. <1Q84>의 아오마메처럼요.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남자 주인공을 쓰는 것보다 여자 주인공에 대해 쓰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덴고의 경우, 아오마메와는 반대편에 서지만 작가인 저와는 더 가깝죠. 전 덴고를 잘 알아요. 저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거든요. 전 그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하는지 잘 알죠. 그러나 아오마메에 대해 쓴다는 것은 저에게는 큰 도전이에요. 제 상상력의 기어를 몇 단계나 위로 올려야 하거든요. 하지만, 전 어떤 캐릭터와도 사랑에 빠진 적은 없어요. 아오마메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제가 소설을 쓰고 있는 그 순간 만큼은 캐릭터로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해요. 아오마메가 끝나면 바로 덴고가 나오게 되죠. 이렇게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여자 캐릭터에서 남자 캐릭터로 말이에요. 전 어디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요. 작가는 원하면 언제든 오고 가고 할 수 있어야 해요.


Zeit: 무라카미씨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독일에서 <위험한 정부>로 번역 출간되었을때, 번역 과정에서의 자극적인 섹스 묘사로 TV 광고도 하는 등 이슈가 되어, 라이히 라니츠키씨가 문학 비평 프로그램에서 이슈화했던 걸 아시나요? 


하루키: 네 기억하고 있어요. 문학 비평가로서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라이히 라니츠키씨를 좋아해요. 그의 자서전이 일본에도 번역되었는데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런 의미있는 논쟁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거에 놀라기도 했었죠. 그러나 전 섹스 묘사를 하는 것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거에요. 그런 의도가 이상하게 포르노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죠. 전 솔직히 그런 섹스 묘사를 하고 싶은 욕구도 없어요. <노르웨이의 숲> 이전에는 전혀 없었죠.  


Zeit: 왜요?


하루키: 글세요. 스스로 그럴 힘이 없었다랄까요. 전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에요. 그런 장면을 묘사할 때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쉽게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섹스는 다른 곳(세계)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길 혹은 방법이에요. 성적인 교류는 정신적인 무언가가 있어요. 그는 상징적인 문을 엽니다. 전 작가로서 그가 필요하고 그럼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게 되죠. 섹스 보다 더 나은 무언가 이를테면 사랑일 수도 있죠.


Zeit: 그런 경험은 당신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운명의 기차에 올라타게 만드는 건가요?


하루키: 전 계속 쓸겁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도 계속 쓸거고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의 힘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고통도 함께 말이죠. 현실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일 수 있어요. 그러나 당신이 소설을 읽었을 때, 갑자기 생각이 날겁니다. 아! 이건 정말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잖아라고 말이에요.


인터뷰 중에 호놀룰루 마라톤을 뛰었다는 걸 보고 찾아보니 하루키의 최근 풀 마라톤 기록은 5시간 20분대네요. 하루키의 뜨끈뜨끈한 독일 일간지 인터뷰를 마칩니다.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 매체와도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 인터뷰도 곧 포스팅하겠습니다. 긴 글 그리고 오역도 많이 있을 글 읽으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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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뇽:) 2014.02.09 14:03 신고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포스팅 감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