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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통신/하루키 인터뷰

하루키 14년 네덜란드 NRC紙 신작 출간 인터뷰

finding-haruki.com .
 
 

하루키의 신작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출간 기념 네덜란드 석간지 NRC와의 인터뷰입니다. 하와이 대학 마노이 캠퍼스 무어홀(Moore Hall)의 하루키 사무실에서 진행되었고요. 인터뷰어의 설명에 따르면 사무실 안 철제 책상 뒤로는 본인의 작품들과 영어 서적들 그리고 그의 문학 영웅 프란츠 카프카의 사진이 걸려있다고 하네요. 하루키는 강한 악센트의 영어로 신중히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한편, 인터뷰 스케쥴을 어시스턴트와 잡았는데, 매우 강력하게 정치적인 질문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 엄격한 지침을 받고 왔는데, 막상 인터뷰에 응하는 하루키가 유연하고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나가 기분 좋은 인터뷰였다고 회고 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진: huffingtonpost.jp



우리가 폭풍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폭풍이 우리를 선택하는 겁니다.

하루키 NRC 인터뷰 원문

 

NRC: 무라카미씨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에세이에서 작가 생활을 하면서 육체적인 것과 글쓰는 기술, 정신적인 것의 조화를 강조하셨는데요. 이번 신작 <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경우엔 어떠셨나요?

 

하루키: 이번 소설은 단순한 사실에서 시작되었어요. 다자키 쓰쿠루라는 친구들로 부터 절교 선언을 받은 사람이 있어요. 그는 한때는 친구들과 좋았지만, 지금은 상처를 입은 상태죠. 이런일은 보통 한 번 오는 게 아니에요. 살면서 여러번 겪게 되죠. 이런 경험은 저역시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제 소설이 독단적이고 난해하다고 하여 독자들이 불편해하고 결국엔 떠나가기도 하죠. 이런 경우도 저에겐 상처가 되요. 제가 독단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걸 볼 때는 저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거죠.

 

NRC: 무라카미씨는 계속해서 2,30대의 젊은 주인공을 선택하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하루키: 젊은 사람들이 더 취약하죠. 그들은 새로운 것, 신선한 것들을 경험하며,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탐구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 연령대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가슴 깊은 상처를 숨기고 있어요. 그래서 나이가 많은 주인공에게 공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NRC: 격렬한 우정, 사랑의 힘과 파멸성에 대한 무라카미씨의 전작 <노르웨이 숲>은 우정은 언제나 파괴되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라는 걸 깨닫게 해준 것 같은데요. 

 

하루키: 우정은 복잡한 겁니다. 어린 시절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냈지만,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를 거쳐 오게 되죠.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는 어렵죠. 작가는 외로우면서, 자기 중심적인 직업이에요. 독자들은 책을 좋아하는 거지, 작가의 성격까지 좋아하는 건 아닐테니까요.

 

NRC: 무라카미씨는 스스로를 지루하고, 영특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에세이에서 종종 얘기하셨는데요. 같은 관점으로 '색채가 없는' 등장인물 다자키 쓰쿠루로 설정하신건 아닌가요?

 

하루키: 제가 소설을 쓰고 있을 때는, 보통 때와는 달라진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원고를 쓰는 책상에서 일어남과 동시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보통의 사람으로 다시 돌아오죠. 에이젼시 사람들은 저에게 책상 위의 전화기는 슈퍼맨을 부르기 위해 있는 것이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면 슈퍼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이라도 요청하는 줄 아는 것 같아요. (웃음) 슈퍼맨도 평소에는 평범한 복장을 입고 다니잖아요. 저도 그래요. 전 이번 작품을 쓰면서 10대의 다자키 쓰쿠루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고민해야 했죠. 이건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전혀 특별하지 않아요.

 

NRC: 이번 작품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처럼 무라카미씨도 심하게 무미건조한 건 아니잖아요? 무라카미씨는 유쾌하고 재밌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루키: 음..(잠시 생각 후) 글세요. 잘 모르겠는걸요. 자신없습니다.

 

NRC: 주인공들의 이름이 이번 작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그들 모두는 그룹 내에서 서로 색깔의 이름으로 불려지죠. 다자키 쓰쿠루만 제외하고요.

 

하루키: 주인공의 이름에 관한 문제는 오랫동안 저에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첫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을 전통적인 1인칭 소설의 방법을 따랐죠. 소설 속 화자는 항상 '나'나 'J' 혹은 '쥐'로 불렸죠. 그러다가 주인공들의 이름을 고민해야하자 전 적잖이 당황했었어요. 이름은 제가 원하면 정해질 줄 알았어요. 마치 신이 이 이름을 사용하라고 내려 줄 것만 같았죠. 주인공들의 이름을 짓는 것은 제 소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일 줄만 알았어요. 처음 소설을 쓸 때는 말이죠.


저는 작가에요. 그런데 그 당시엔 과연 내가 작가로서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어요.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확신이 서지는 않았죠.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결국엔 <노르웨의 숲>을 쓰기로 결심했죠. 처음 리얼리즘 소설에 도전 한 것인데, 현실에서는 모두가 이름을 부르죠. 주인공들의 이름을 고민해야 했어요. 그건 저에게 또다른 도전이었죠. 소설 속에서 제가 생각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에 따른 역할, 스토리들을 써내려가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면에서 소설을 완성했을 때 스스로 매우 만족스러웠죠. 

 

NRC: <색채가 없는 다자카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노르웨이의 숲> 이후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리얼리즘 소설인데요. <노르웨이의 숲>의 작업해 대해 무라카미씨는 소설가로서 일반적인 형태를 시도해 문학계 주류를 넘어서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적인 시도였다고 말씀하기도 하셨는데요. 그런데 이미 지금은 무라카미씨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리고 있고, 더 이상 다음 목표가 없을 것 같기도 한데요.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이전에는 10만부 정도씩 팔렸어요. 물론 나쁘지 않았죠. 그러나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제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야심에 차 있었다랄까요. <노르웨이의 숲>은 제가 작가로서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게 해 준 지렛대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을 쓰고, '좋아. 난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은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란 것도 함께 알게 해주었죠. 여전히 전 작가이고, 작가란 직업을 잘 수행해 나갈 수 있었어요. 크게 성공한 <노르웨이의 숲> 이후 왜 다시 리얼리즘 형식에서 벗어나 판타지적인 소설을 계속 써왔냐고 물어본다면, 글세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대로된 설명을 못할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 일까요? (웃음) 전 제 스스로의 작업에 항상 자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제가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쓸 수 있어요. 지금껏 그래 왔고요.

 

NRC: 2009년작 <1Q84>는 상당한 분량의 복잡한 3부작 소설이라고 느꼈는데요.

 

하루키: <1Q84>는 처음에 1,2부가 쓰여졌고, 3부는 1년 뒤에 출간되었어요. <1Q84>는 정말 작은 생각에서 시작되었죠. 누군가 택시에서 내려 비상계단을 통해 고속도로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무슨일이 있는 걸까? 도쿄의 고속도로에서의 그 일을 발단으로 제 손에서 그 다음 이야기들이 만들어졌어요. 처음엔 그녀가 어디에서 온건지 어디로 가는 건지 아무런 생각도 정보도 없었어요. 그러나 호기심만은 계속 유지했죠. 그런 '알 수 없는' 것이 제가 소설을 써내려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NRC: 무라카미씨는 구성과 줄거리 없이 작업을 시작 하시나요.

 

하루키: 존 어빙이 예전에 저에게 이렇게 말했던 적이있어요. "전 나의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라고요. 전 소설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어떤 신호도 없이 진행해요. 지도 없이 여행하는 기분이죠. 제가 필요로 하는 한가지는 저에 대한 자신감이에요. 이 소설을 시작해서 끝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해요. 저 스스로 이런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전 작업을 시작하지 않아요.  

 

NRC: 인터뷰를 잘 안하시는 걸로 유명하신데요.

 

하루키: 때때로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재미있어요. 작가로서 종이 위에 이야기하는 것과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좋은 기회가 생기면 응하고 있습니다. 작업실에서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도 신선한 일이니까요. 독자들은 제 작품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명쾌한 답변을 바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면에서 이런 인터뷰도 독자들을 대하는 일종의 훈련, 연습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란 생각도 듭니다.

 

NRC: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실망한 적은요?

 

하루키: 누구요? 저요? 전 재치가 있거나 지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또한 스스로 예리하다고 기대하지도 않죠. 궁지에 몰렸을 때 자신을 바라보면 알 수 있을겁니다. 대부분이 궁지에 몰린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요?

 

NRC: 무라카미씨의 작업은 매우 직감적인데요. 직감적으로 작업을 계속해나가면 창조적인 측면에서는 소설적인 기능을 상실할 수 도 있지 않을까요?

 

하루키: 전 걱정하지 않아요. 당신도 알다시피 제 머리는 꽤 특이합니다. 소설을 쓸 때 전 두 가지로 분리시켜 진행할 수 있어요.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쓸 당시 발견하게 되었죠.  이 소설은 두 개의 세계가 평행으로 존재하는 패러럴 월드를 그리고 있어요. 처음에는 두개의 세계를 어떻게 같이 써내려갈지. 두 세계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알 수 없었죠. 그러나 직감적으로 괜찮은 소설이 될 것이라고 느꼈어요. 저 없이도 게임이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 해야해요. 플레이어는 제가 프로그래머로서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있게 되죠. 독자도 마찬가지 일거에요.

 

NRC: 하와이는 멋진 곳이죠. 일본과 같이 큰 섬으로 이뤄져있고. 진주만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하루키: 하와이에 있는 이유는 도쿄와 6시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이에요. 제 어머니는 이제 90대이시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뵈러 가고 있거든요. 그녀가 건강했다면, 전 지금 아마 뉴욕이나 베를린에 있었을 거에요. 

 

NRC: 하와이는 많은 사람들의 여행 목적지이기도 하죠.

 

하루키: 맞아요. 하와이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곳이에요. 이곳에 살고 있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실제 현실의 사람들이죠. 그런데 여행자들은 환상적인 요정의 나라라도 찾아 온 마냥 즐거워 합니다. 매력적인 곳이에요.

 

NRC: 하루에 작업은 얼마나 하세요?

 

하루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요. 그리곤 4~5시간 정도 작업을 이어가죠. 가끔 10시간 정도 계속해서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드뭅니다. 이건 육체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전 매일 달리고 수영을 해요. 신체적인 단련이 없으면 정신적인 글을 쓰는 작업은 불가능해요. 그리곤 밤 열시엔 잠자리에 들어요. 저에겐 밤 생활이란게 없어요.

 

NRC: 이런 생활 패턴에 대해 스스로 불만이 있거나 하진 않았나요?

 

하루키: 사람들은 작가라고 하면 좀 더 화려한 생활을 기대하기 마련이죠.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 도스토프예스키 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전 그렇지 않아요.


NRC: 무라카미씨의 부인이나 친구들은 이런 당신의 생활 패턴과 마인드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할 거 같은데요. 그들은 밤 생활도 즐기며 보다 일반적인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요.

 

하루키: (웃음) 그들은 오래 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생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40대까지만해도 술도 즐기고 적당히 유연한 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해요. 나이가 들 수록 그런 훈련은 필수적이 되었습니다. 제 삶의 만족은 소설을 쓰는 것에서 옵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수 밖에 없지요. 아, 레코드판을 모으는 소소한 취미는 가지고 있습니다. (웃음)


NRC: 무라카미씨 작품은 아름다운 묘사도 많은데요.

 

하루키: 그런가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마른 건초 같은 느낌 아닌가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깃털을 찌르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은 그렇게 떨어지는 깃털을 붙잡아 쓸 수 있었다는 느낌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20% 정도의 능력뿐이 없었죠. 그리곤 전업 작가가 되기로 하고 온전히 제 능력을 쏟다 붓게 되었어요. 


NRC: 1982년의 세번째 소설 <양을 쫓는 모험>에서는 본격적으로 직감적인 구조와 매직 리얼리즘(현실 세계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문학적 서사 구조) 요소가 드러나게 되는데요. 

 

하루키: 당신은 매직 리얼리즘이라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바로 실재하는 리얼이에요. '무라카미 리얼리즘' 정도가 되겠군요. 많은 유럽과 미국 사람들은 저를 매직 리얼리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로 여기고 있는 걸 알아요. 그렇게 규정해 버리죠. 그러나 아시아 독자들은 그렇지 않을거에요.


NRC: 2002년작 <해변의 카프카>에서 무라카미씨는 '네가 폭풍 속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이제 막 폭풍 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의 너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거야. 폭풍은 끝났거든'이라고 묘사했죠. 

 

하루키: (웃음) 아 네 기억하고 있어요. 전 이 소설을 쓰면서 읽는 독자들이 그들 스스로 변화하고자 강하게 열망하기를 바라며 썼어요.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여행은 아무 의미가 없죠. 등장인물들이 모두 폭풍 속에서 빠져나오듯이 저 스스로와 독자들도 그러기를 바랬어요.  모든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어두움이나 불안 등으로 부터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죠. 이런 의미에서 전 도덕주의자에요. 저를 어두운 동굴 속의 이야기꾼으로 비유하자면, 동굴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어두움에 맞설 수 있는 방법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NRC: 그런데 <다자키 쓰쿠루>에서는 살인 사건에 대해 누가 관여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는데요. 그걸로도 충분한건가요?

 

하루키: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단지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소설을 이루고 있는 거에요.


NRC: 무라카미씨는 작가는 자신의 내면의 독성을 글을 씀으로써 표출하기 때문에 매우 건강하지 못한 직업이라고도 하셨는데요.  

 

하루키: 그래요. 전 지금도 글을 쓸 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걸요. 당신이 어디를 가든, 어떤 행동을 하든 거기에는 모두 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독성, 악한 것들이 없다면 소설을 재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NRC: 그 독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외로움?

 

하루키: 외로움은 저에게 매우 자연스런 상태에요. 전 부자연스럽고 악의에 가득찬 무언가를 얘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다행이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 제 의식을 둘로 나눌 수가 있어요. 그리고 그 둘 중에서 어느쪽을 결정 할 힘이 있죠. 그 파티션에서 건강한 쪽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NRC: 무라카미씨는 일본 외의 외국에서의 작가로서 성공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하는데요. 저 역시 궁금합니다.


NRC: 제가 생각해 본 이유는 해외에서의 오래 생활을 했고요, 음식이나 음악에 대한 국적을 초월한 묘사들이 일본 독자나 해외 독자들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서가 아닐까요. 

 

하루키: 음, 일본에 계속 있었더라도 변한 건 없었을 것 같아요. 제 생활 방식을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닌 제 정신적인 측면의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일본에 계속 있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표현들이 가능했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전 작가로서는 언제나 일본 작가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요. 언어로서의 일본어를 정말 좋아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시마 유키오 모두 그들의 아름다운 언어로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해요.


NRC: 무라카미씨 작품 속 주인공들은 무심하고, 자유로우며, 직업이 없고, 가족 관계에 얽매이지도 않습니다. 대개 일본 사람들은 가족의 유대 관계와 직장 내에서의 상하 관계에 많이 신경을 쓰고 살아가지 않나요. 물론 최근에는 달라졌을테지만요. 

 

하루키: 제 캐릭터들은 미쓰비시나 소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개개인을 위해 존재합니다.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삶을 찾아 영위하고 있죠. 제가 어렸을 때 일본 사회는 상당한 순응주의자들로 넘쳐났죠. 제 부모님은 제가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재즈 카페를 오픈한 것에 대해 심하게 실망하셨죠. 그리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꽤나 겉돌았었죠.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저 작품을 좋아해주고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제 작품을 읽고 롤 모델을 설정하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생각해요.


NRC: 무라카미씨의 작품을 깊숙히 읽고 있으면 무언가 알지 못하는 좋지 않은 불편한 느낌이 계속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요. 삶은 복잡하고 불투명한 힘에 둘러쌓여 있다라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루키: 제 작품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 된 것과 2001년 9.11 테러로 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두사건으로 모든 것이 명백해진 것 처럼 보였죠.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탐욕스런 자본주의도 공격을 받아 붕괴되는 것 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세계는 더 안개 속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스템에 의해 개개인의 사람들의 더 작아지고 더 무력해졌어요.  


전 종종 제 초기 소설 속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어요. 그럼 사람들이 수동적이지 않단 말인가요? 전통적인 영웅들은 용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 모험이라는 것은 사실 나에게 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그것은 용이 아니라 당신이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일겁니다. "폭풍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어요. 폭풍이 우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NRC: 2009년 이스라엘에서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을 하실 때, "높고 견고한 벽과 그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언제나 달걀의 편에 서겠다"라고 하셨는데요. 이것은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잘 안하는 무라카미씨에게 있어서는 드문 발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연설은 많은 지지와 함께 비판도 받았는데요. 

 

하루키: 전 그 연설을 했을 때, 분명히 팔레스타인을 달걀로, 이스라엘을 벽으로 생각하고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에게나 달걀과 벽이 모두 있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죠. 팔레스타인의 로켓이 당신의 이웃에 떨어지면, 당신의 이웃이 달걀이 되는 거고, 이스라엘 제트기가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면 팔레스타인이 달걀이 되는 거죠.


NRC: 그것이 무라카미씨 작업의 키워드라고 생각되는데요.

 

하루키: 네. 그래요. 당신은 지금 보다 더 큰 힘에 저항해야만 할거에요.


NRC: 무라카미씨는 일찍이 저항을 하면서 지내오셔서 그럴까요. 재즈 카페를 오픈할 때 부터 부모님의 기대에 저항에 오셨잖아요. 

 

하루키: 부모님은 모두 학교에서 일본 문학을 가르치셨어요. 그래서 일종의 거부감으로 일본 문학을 읽지 않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는 외국 문학만 읽었어요. 도스토프예스키, 카프카 등 많은 19세기 문학을 읽었죠. 훌륭했어요. 그리고 미국의 탐정물과 과학 소설도 즐겨 읽었죠. 레이먼드 챈들러, 스콧 피츠제럴드 등도 아주 좋아합니다. 일본 작가의 작품은 없었어요. 챈들러와 피츠제럴드는 지금도 틈나는대로 읽습니다. 번역도 계속 하고 있고요. 


NRC: 무라카미씨는 1995년 발생한 두 개의 큰 사건인 고베 대지진과, 도쿄 사린 테러 사건 이후,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를 작업하시면서, 이전 작품의 주인공 '나'를 내세운 자기 중심적인 성향에서 보다 사회 문제로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걸로 보입니다.

 

하루키: 저에게 1995년 보다 더 중요한 해는 없어요. 제가 세상과 직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랄까요. 그 이후 제 작업을 함에 있어서 좀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 고베에서 자랐어요. 그날 지진으로 제 부모님이 있던 집이 무너졌습니다. 옴진리교에 의한 사린 테러와 대지진은 나약한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공격을 했죠. 일본은 90년대 이후 눈부시게 경제 성장을 했어요. 무엇을 이루었을까요? 부자가 되었겠죠? 그런데 왜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을까요? 우리는 놀랐고, 절망했어요. 그건 단지 이상에 불과했던 거죠. 우리는 빨리 우리가 진정 추구하는 이상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RC: 2011년 발생한 토호쿠 지진과 후쿠시마 방사능 사건에 대한 무라카미씨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하루키: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우리의 추구하는 이상에 대해 재구축해야 합니다. 원자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제가 자신있게 주장하는 바에요.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주어진 원자력 포기의 기회의 창을 슬그머니 닫아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아베 총리는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요. 한편, 자위권 행사를 위한 군사력을 보강하고 중국과도 대치하며, 국제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죠. 일본은 현재 지나친 우경화로 기울어 있고, 이는 큰 문제입니다.


NRC: 그런 견해를 밝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인 압박을 받기도 하시나요?

 

하루키: 내가 꼭 해야할 말은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 작가라는 사실이지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전 저 만의 창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소리쳐야 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창을 잠시 닫고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겠죠. (긴 침묵 이후) 그리고 전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겁니다.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NRC: 노벨상에도 매년 후보로 오르시는 걸로 모두들 알고 있고, 수상을 바라는 팬들도 많이 있는데요.

 

하루키: 노벨상 시즌이 끝나 마음이 편합니다. 영국의 어떤 미친 것만 같은 기자가 닥달을 해서 많이 지쳐있었거든요. 하지만 앨리스 먼로 작가의 수상은 정말 기뻤어요. 최근 제가 그녀의 단편을 번역하기도 했거든요.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NRC: 요즘도 음악 즐겨 들으시나요?

 

하루키: 그럼요. 아침에는 주로 클래식을 듣고, 저녁엔 주로 재즈를 듣습니다. 요즘 꿈이 있다면, 제가 예전에 살았던 곳에 다시 한 번 재즈 클럽을 열고 싶다는 겁니다..


*이상 하루키의 신작 네덜란드 출간 기념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하루키가 직접 미니 쿠퍼를 운전해서 데려다 주었다고 하네요. :D 인터뷰 서두에 분명히 정치적인 질문은 삼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지만, 하루키로 부터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비판까지 끄집어 낸 인터뷰네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 부터 현재 일본의 정치, 군사적인 상황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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