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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하루키의 12번째 장편소설 <1Q84>가 아마존에서 선정한 2011년 베스트 20에 선정되었죠. 그것을 기념하기도 하면서 아마존닷컴의 공식 블로그 편집위원인 Jeff VanderMeer씨가 하루키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블로그에 포스팅했습니다. Jeff는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팬이고 <태엽감는새>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네요. 


하루키의 답변은 일본어로 이뤄졌고, 그 내용을 영문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그것을 전 또 한국어로 번역한게 되네요.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냐고요? ^^; 오역 감안해서 읽어주십사하는 얘깁니다..흠흠.

Photograph: Kevin Trageser/Redux / eyevine


즐거움과 놀라움; Joy and Surprise
무라카미 하루키 아마존닷컴 인터뷰


Q: 당신의 소설 속에서는 낯설거나 비현실적인 것은 특별하게 부각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주어집니다. 그것은 단순하게 다른 모든 것들과 함께 존재하고 있죠. 이것이 무라카미씨의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인가요? 다시말해, 우리가 보통 인지하고 있는 것 보다 어느 정도까지 더 낯선 것들인가요?

하루키: 제가 직접적으로 의도한 채 그런 낯설고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이야기 속에 집어 넣으려고 하지는 않아요. 저는 다만,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을 묘사하고 있고, 스스로 좀 더 현실 세계를 묘사하려고 노력 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묘사하면 할 수록 작품 속에서는 오히려 비현실적 성향을 짙어져 그것이 글로써 나타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르게 얘기해보면 비현실적인 렌즈(눈)로 보면 세계는 더 현실 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죠. 이런 종류의 일들이 제가 소설을 쓰면서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매직 리얼리즘'이란 말을 사용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전 가르시아 마르케스 (*85세, 콜롬비아, 1982년 노벨문학상) 역시 그 스스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단지 그에게 있어서 '현실' 그 자체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보통의 평균적인 독자들과 비평가들에게는 그의 소설이 마법같은 것으로 간주되었을 겁니다. 저의 소설도 독자들에게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Q: 일부 독자나 비평가들은 <1Q84>를 두고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합니다. 제목을 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죠. 이런 견해는 독자들이 무라카미씨의 소설로 들어가는 진입점일까요? 무라카미씨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적어도 저에게 무라카미씨는 명백하게 정치적 성향의 작가로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하루키: 저는 <1Q84>를 두고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자체가 '디스토피아'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지금 이 글을 하와이 공항 라운지에 쓰고 있는데, 이곳 공항의 보안 체크 시스템도 분명히 오웰적인(orwellian, 전체주의) 세계, 바로 극단적인 '디스토피아'가 아닌가 생각해요. 당신은 벨트를 풀고 신발을 벗고, 씹고 있던 껌을 스캐너에 통과 시키고, 두 팔을 들고 한 번 돌아서지 않으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이런 우리의 행동에 대해 공항 직원들에게서 그 어떤 감사의 말을 들을 수 없죠. 게다가 공항료도 비쌉니다.

현실 세계가 이런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왜 굳이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명명하며 소설을 써야 하나 되묻고 싶어집니다. 어쨋든 저의 소설은 저의 개인적인 역사를 다시 쓴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다시 작성하는 세계는 특별히 행복하거나 불행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것을 현실이라고 말할 수있고, 그것이 나 자신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인 거죠. 


조지오웰의 <1984>의 표지를 차용하며,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표현한 라디오헤드 3집 'OK Computer'

Q: <1Q84>는 정말이지 미로 같이 복잡합니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소설 전체의 아웃라인을 가지고 가나요? 당신의 머릿 속에 일정한 방향을 유지하면서 집필을 하나요? 아니면 다른..

하루키: 소설을 쓰고 있는 중에는 아웃라인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생각만을 가지고 집필을 하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아웃라인을 염두해 두고 이야기를 진행 시킨다면 당신은 소설을 쓰는 가장 큰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될 겁니다.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세계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순수한 호기심들이 저로 하여금 매일매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종류의 호기심이 없는 날은 불쌍하고 지루한 날이 되어 버리죠. 전 <1Q84>를 쓰는데 3년이란 시간을 썼습니다. 제 인생의 질은 그 3년 동안의 기간을 지루하게 보냈는지 즐거운 호기심으로 보냈는지에 따라 매우 크게 달라질 거에요. 전 항상 머릿속에서 백지 상태로 시작합니다. 마치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서 "다음엔 어떻게 되는거지?"라며 흥분하는 독자를 처럼 저 역시 제 소설을 쓰면서 "다음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란 호기심을 가지고 나아가고 싶어요. 그게 제가 원하는 거에요.  

Q: 독자들은 <1Q84>에서 나온 어떤 물음들에 대해서는 소설이 끝나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라카미씨는 보통 이야기의 끝맺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반대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루키: 이번 소설에서는 "이전 이야기"와 "이후 이야기"가 있어요. 이것은 어느 정도 제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것은 희미하지만 분명히 덩어리로 존재하고 있어요. 때때로 이런 이야기들을 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죠. 그것은 아마 제가 미리 알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어떤 경우에는 이런 "이전", "이후"의 이야기가 제 안에 잠들어 있는 것 같아요. 또한, 당신은 스스로 자신 만의 "이전 이야기"와 "이후 이야기"를 만들어 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정확히 당신 혹은 저의 삶과 똑같습니다. 그것이 "이전 이야기"이고 "이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내가 죽고 난 후, 몇 개의 풀지 못한 깊은 미스테리가 남겨지게 되는거죠.

Q: 무라카미씨 스스로 <1Q84>의 긴 이야기를 마쳤을 때에 가졌던 느낌과 지금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요?

하루키: 저는 절대 책이 출간된 이후에는 그 이야기를 다시 읽지 않습니다. 긴 소설을 끝낸 것은 결혼식을 끝낸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한번 끝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겁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는요.) 당신은 할 수 있다면 계속 하면 되지요.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면, 전 한 여자와 40년간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Q: 타임지에서 최근 무라카미씨의 소설 중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기도 했는데요. 무라카미씨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부터 예상했던 미래의 일이거나, 무라카미씨의 고양이 숫자를 세는 것 같은 재밌고 기이한 일을 누군가가 할 거라 예상하셨나요?  

하루키: 29살, 소설을 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가 소설가가 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때까지만해도 전 생계를 위해 매일 칵테일과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죠. 우연히 소설을 쓰게 되었고, 그것이 출간이 된거죠. 그리고 그 어느것도 변하지 않은채 (적어도 전 변화를 깨닫지 못했어요.) 소설가가 되었죠. 전 지금도 스스로를 소설가라고 소개할 때, 조금 어색합니다. 여전히 불편해요.

지금도 여전히 제 소설을 열망하는 전 세계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것은 그 어떤 시상식의 수상 보다 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듭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열광적인 독자들이 많은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과 "놀라움"을 가지고 소설을 쓰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그것을 한다면-아니, 더 잘할 수 있다면- 아마도 독자들 역시 즐거움과 놀라움을 가진채 제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것이겠죠. 그것 뿐이에요. 

*이상 인터뷰를 마칩니다. 디스토피아 이야기가 나올 때 자연스레 라디오 헤드의 Ok Computer 앨범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저도 유토피아적인 소설 보다는 음모론이 자욱하게 깔린 디스토피아적인 소설을 좋아하네요. 하루키와 조지오웰 그리고 조지오웰과 라디오헤드가 연결되는 무언가 하루키에 대한 또 하나의 껍질을 벗겨 낸 것 같아 즐거운 인터뷰 였습니다. 마무리는 역시 하루키의 여느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겸손 & 훈훈입니다. 소설과는 딴판이죠 ㅎㅎ 공항 라운지에서 이 인터뷰 메일을 쓰는 모습도 상상해 봤네요. :D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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