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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고른, 데뷔 부터 2010년 까지의 그의 다양한 글들이 <잡문집>이라는 타이틀로 출간 됐습니다. 하루키가 직접 69편의 잡문-다양한 그의 글쓰기 작업들-을 선택했고, '잡문'에 대한 하루키의 철학이 서문에 녹아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책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잡문집>은 일본에서 1월31일 출간되었고, 1400엔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출간 첫 주 오리콘 책 주간 순위 9위로 시작했네요. 설 연휴에 마침 한국 여행을 오는 동생의 일본 친구에게 부탁하여 좀 더 빨리 <잡문집>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잡문집이 나오게 된 배경이었습니다. 긴 장편 소설을 쓰고나서 에세이나-무라카미 라디오 2를 연재하고 있죠- 단편 소설들을 집필했던 기존의 방식으로 볼 때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주례사 등의 지극히 사적인 글들까지 실린 것을 볼 때 출판사의 의도가 강한 책인지, 하루키 스스로의 출간 의도가 큰 것인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잡문집의 서론에 하루키가 이 책을 출간하게된 배경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에, 서문 전문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허접한 번역이니 충분히 오역 감안하고 읽어 주세요. ^^


<잡문집> 서문 ; 어디까지나 잡다한 마음 가짐

작가로 데뷔한지 30여년이 지나는 동안, 이것저것 일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면서 쓰여진 글들로 지금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문장들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에세이부터 여러 사람들의 책의 서문 및 해설, 질문에 대한 답변, 각종 회견에서의 인사말, 단편 소설까지의 그야말로 '잡다'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구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발표 되지 않은 것들도 꽤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은 보통의 평범한 타이틀을 붙였으면 좋았을텐데, 편집자 회의 따위에서 불쑥 '잡문집'이라고 불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뭐 이대로도 좋지 않습니까?"라는 것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란 타이틀로 정해졌습니다. 잡다한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잡다한 것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일단, 프로 작가로서 30년 이상 글을 써 왔으니까, 이 책에 담긴 글보다 훨씬 많은 글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 집 한가운데 창고 같은 곳에 가면 지금까지 써온 글들이 단보루 상자로, 산처럼 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상자가 쌓여 있습니다. 그외에도 이사하면서 저도 모르게 버려진 것들도 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젊은 시절 쓴 에세이류를 읽어 보면 지금에와서는 "조금 뭐랄까"라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읽던 와중에 "어떻게, 이런걸 썼을까"라고 생각하며 얼굴이 홍당무가 되기도 합니다. 한숨이 나오는 글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건질 수 있었던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온힘을 기울여 열심히 노력하며 썼습니다만. 제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슬슬 일을 시작할 무렵, 편집자로부터 "무라카미상, 처음에는 어느 정도 쓰고 산책을 하는 정도의 기분으로 일을 하는 것이 좋아요. 작가는 원고료를 받아가면서 성장해나가는 것이니까요."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에는 "과연 그런가?"하고 반신반의했지만 지금 이렇게 옛날 글들을 읽어보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라고 납득이 됐습니다. 수업료는 지불하지 않은채, 원고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문장을 써 나갔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왠지 뻔뻔스러운 것 같지만요. 

이런 작가일을 시작할 무렵의 저의 글쓰는 방식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같은 저의 족적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출간하게된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옛날에 쓴 잡다한 글들을 공개하는 일이란 절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잡문집에 수록한 글을 선택하는 것도 큰 고생이었지만,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책은 전체를 10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각각에 글을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철저하게 학술적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어쩐지" 제 느낌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인사 메세지 챕터만 시간순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후의 챕터들은 명확한 시간 순서없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저쪽으로 배치할지 이쪽으로 배치할지 딱 맞아떨어지게 배치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모든 챕터를 시간 순서대로 담아버리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면 특정 시기에 작성된 글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책의 제목과도 맞아 떨어지도록 잡다하게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많은 문장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는데, 그것은 대부분 어떤 매체의 의뢰를 받고 작성된 것이어서 동일한 내용이 중복적으로 겹쳐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삭제할 것은 삭제했습니다만, 삭제를 할 경우 구성의 의미와 균형, 흐름을 해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경우엔 중복되는 내용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거 아까도 읽었다고"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책의 성격상 그런 부분은 부디 용서를 부탁합니다. 

와다 마코토상과 안자이 미즈루상이 공동개인전을 하고 있는 와중에 삽화를 그려주시고 책에 사용하게 해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그림으로 책으로 출간되는데 보기 좋게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책이 본래 잡다한 구성의 책이기 때문에, 그것을 잡아 줄 수 있는 기둥 같은 것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이니까 두 사람과 제가 대담을 한 후 그것을 책 말미에 싣기로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안자이 미즈루상과 와다 마코토상에게는 많은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써온 여러가지 잡문을 책 형태로 슬슬 정리하려는 생각은 7~8년전 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계속 소설을 쓰느라 바빠서 본의 아니게 뜸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소설과 소설사이의 이른바 '농한기'이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편집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돌아가 더듬어 보는 것이라, 처음 받았던 이미지보다 더 풍부하게 혹은 더 충실하게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굳이 양해를 구할 것 까지는 없는 일이겠지만, 제 머릿 속(정신)은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일관적이고, 계통적인 것들로 설명할 수 있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 속 한 가운데에는 깊은 곳에서 부터 세밀화 되어 있습니다. 그런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모아 쏟아내어 픽션=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또한 보강해 온 것이죠. 그와 동시에 그들을 이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로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도 종종 필요합니다. 픽션이라는 형태라지만, 좀처럼 습득할 수 없는 미세한 것들도 조금씩 잔재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런 자료를 에세이(잡문)의 형태로 가끔씩 습득하기도 하는 것이죠. 혹은 현실적인 세계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느정도 불충분한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을 표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말따위가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겠죠.

설날 복주머니를 열어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주머니에는 여러가지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을지 모릅니다만, 그것은 뭐 어쩔 수 없네요. 복주머니이니까요. 그래도 이것저것을 읽어나가면서 제 마음 속에 있는 '잡다한 마음가짐'의 전체상 같은 것을 독자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한 사람의 작가로서 그것 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원고료를 지불해가면서 저자를 한 사람의 작가로 -작가에 가까운- 길러주신 명출판사의 모든 편집자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의 잡다한 목차

서문 "어디까지나 잡다한 마음가짐"

1. 서문 해설 등

자기가 무엇인지 (혹은 맛있는 굴 튀김 먹는 방법)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구나 라는 것
우리가 살아있는 어려운 세계
안자이 미즈마루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 삽화 '안자이 미즈마루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2. 인사 메세지 등

"마흔살이 되면" 군상 신인 문학상 수상 소감
"앞으로 아직 길기 때문에" 노마 문예 신인상 수상 소감
"전혀 잊고 있어 좋다" 다니자키 상을 취한 시절
"동화이며, 동화도 아니다" 아사히 수상 인사말
"이제와서 갑자기 할까" 와세다 대학 쓰보우치 쇼요 대상 수상 인사말
"아직 주위에 많이 있을 것" 마이니치 출판 문학상 수상 인사말
"나뭇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면.." 신풍 수상 인사말
자신의 내면의 미지의 위치를 검색할 수 있는
도너츠를 먹으면서 (미국 대학 교수 시절, 한국 학생과의 일화)
좋을 때 아주 좋은 (안자이 미즈루상 따님의 결혼 축하 메세지)
"벽과 계란"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3. 음악에 관하여

여백이 있는 음악은 듣고 질리지 않는
짐 모리슨의 소울키친 
노르웨이의 나무를 보고 숲을 보다
일본인에게 재즈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빌 크로우와 대화
뉴욕의 가을
모두가 바다를 가질 수 있다면
연기가 눈에 스며들어
일편 단심 피아니스트
말하기 전부터
NO WHERE MAN (아무데도 없는 사람)
빌리 홀리데이 이야기

4. <언더그라운드>를 둘러싸고

도쿄의 지하 블랙 매직
공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요구하지 않는 사람
혈육있는 단어를 찾아


5. 번역하고, 번역되는

번역하는 것과 번역되는 것
내안의 'catcher'
연합 고전 소설의 <롱 굿바이>
주걱 사슴(무스)을 쫓아
스티븐 킹의 절망과 사랑 - 고품질의 공포 표현
팀 오브라이언이 대학에 온 날을
바흐와 오스터 효용
그레이스 뻬이리 중독적인 "씹는"
레이몬드 카버의 세계
스콧 피츠제럴드  - 재즈 에지지의 기수
소설보다 재미있는?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 것
기량있는 소설
카즈오 이시구로 같은 동시대 작가를 가질
번역의 귀신

6. 인물 정보

안자이 미즈루는 칭찬 밖에 없다
동물원 
츠즈키 영향의 세계
수집하는 눈으로 설득하는 말
칩 키드의 일
"가와이 선생"과 "가와이 集雄"

7. 눈으로 본 것이 마음으로 생각했던 것

데이브 힐튼 시즌
정확한 아이언거는 방법
청어 이야기
잭 런던의 틀니
바람의 것을 생각하자
토니 타키타니를 위한 코멘트
다른 울림을 찾아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던, 1978년 진구구장에서 2루타를 친 데이브 힐튼 선수의 싸인

8. 질문에 대한 답변

잘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포스트 코뮤니즈무 세계에서 질문

9. 초 단편 소설 - '밤의 거미원숭이' 미수록 Out Take

사랑없는 세계
수행자 柄谷行人
덤불 속의 들쥐

10.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부드러운 영혼
멀리 여행하는 방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문체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
얼어붙은 바다와 토끼
이야기 선한 주기

부록. 일러스트 해설 대담 '와다 마코토 x 안자이 미즈마루'


村上春樹 雜文集 (單行本)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新潮社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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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ikishen 2011.02.13 14:35 신고

    아... 이 책이 발간되었군요!! 소식을 듣고 나서 발매일 체크를 잠시 잊고 있었는데 대형서점 일서코너로 달려가 봐야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2. Micca 2011.02.14 15:52 신고

    :)역시 하루키 매니앗. 2011년에도 부탁드릴께요- 히히.

  3. 2011.02.14 15:56

    비밀댓글입니다

  4. 페코(pekoe) 2011.02.16 16:08 신고

    한국에는 언제쯤 발매될까요? 이런글이 그냥 술술 넘어가니 은근히 재미있죠